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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민주화 후퇴에 대한 경보가 울리는 빈도가 늘었다. 기존의 역사교육을 통째로 부정하며 역사전문가도 시민들의 뜻도 무시한 채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인다. 국정원 직원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에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한바 있고, 심지어 강남구청 공무원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서울시장 등 서울시를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강남구청장을 '찬양'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해온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경찰은 신고 된 집회 현장에 불법으로 차벽을 설치하고 시위대를 차단했으며 시민을 향해 물대포를 쏘아 기어코 넘어뜨리고 말았다.
품위를 손상한 검사는 해고할 수 있도록 명시하여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는 방자한(?) 검사를 내칠 수 있도록 검찰의 검사 직무능력 심사 강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가 노동개혁 법안 처리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갑작스럽게 직접 국회 기자실을 찾아 기자회견을 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하면서까지 노동개혁 5대입법 연내처리를 요구했다.
모든 정부기관들이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면서 서로 격렬한 충성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주문을 외우듯이 말하는 국민은 안중에 없고 그들의 야심은 항상 같은 것. 즉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을 괴롭히는 데 있거나 청와대의 인정을 받는데 있는 것 같다. 하도 여러 분야에서 한꺼번에 몰아치는 바람에 어느 새 분노의 안테나가 무뎌지고 만다. 불현듯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익히 알려진 바대로 아돌프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 정책 가담자로 1942년 나치 고위관리로서 유대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맡음으로써 사실상 '마지막 해결책'의 집행자였다. 그는 유대인을 식별하고 집결시켜 그들을 집단수용소로 보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아이히만은 독일 패망 이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에 숨어 지내다가 1960년 5월 11일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이이히만은 1961년 4월 11일, 예루살렘 지방법원에서 독일인 변호사 세르바티우스 박사의 도움을 닫아 재판을 받고 사형에 처해졌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전체주의를 간파한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에 머물면서 그 재판에 대해 작성한 보고서이다.
유대인들은 아이히만의 악마성과 괴물성을 드러내주길 원했으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얼마나 평범한 공무원이었는지에 대해 서술했다. 변호사는 재판동안 아이히만이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국가적 공식행위를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복종을 하는 것이 그의 의무였고 이기면 훈장을 받고 패배하면 교수대에 처해질 행위들을 승진을 위해 열심히 했을 뿐이었다. 학살에 관여한 그들은 사무실의 일벌레일 뿐이었고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문장을 통해, 명령을 통해” 결정되었으며 “다른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국정교과서를 만드는 교육부 직원도, 국정원 직원도, 구청 공무원도, 경찰도, 노동고용부장관도 모두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 것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아렌트는 구체적인 아이히만의 성격 결함은 그에게 그 어느 것도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아렌트가 주장한 것처럼 “우리 모두 안에 아이히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우리의 오늘 대한민국에서 아이히만이 되기를 강요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무 생각 없이 획일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강요하는 사회, 그래서 악조차 평범해지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무뎌지는 안테나를 손봐야겠다.
아이히만의 재판과 사형의 과정에서 그가 인간의 연약함 속에서 이루어진 이 오랜 과정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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