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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거창한 정책 보다 쉬운 일부터 하자



 봄비처럼 겨울비가 자주 내린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하는데 이렇게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니 내년 봄이 괜히 걱정이 된다. 매년 나타나 공연판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기억들이 되살아 나기 때문이다. 신종플루, 사스, 구제역, 메르스 등의 질병과 세월호 참사 등 인재(人災)까지 겹치면서 힘들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공연예술인들과 작품의 질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는 조명, 음향, 무대 종사자들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뼈아픈 기억들이 악몽처럼 살아난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좋은 기억들과 새해의 희망을 이야기 해야만 하는데 매년 반복되는 한숨과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십수년 동안 한길을 걸어왔던 예술인들이 현장을 떠나거나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이다 보니 공연예술가가 되겠다는 젊은이들이 나타나지 않음으로 인해 고령화 되면서 공연현장을 대물림할 수 있는 길 또한 막혀 가고 있다.

 심지어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기획에서 정산까지 공연자가 직접 해야만 하는 상황은 작품에 전념해야 할 열정을 소진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 또한 공연자들의 몫이 되어 버린 현실이다.

 보통 이맘때쯤 되면 공연단체들은 공모사업이나 한해 살림을 정산 하고, 평가하면서 새해 계획을 세우는 작업들을 한다. 12월 한 달은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

 적자 상태인줄 뻔히 알면서도 계산기를 두드리는 손끝에는 단원들에 대한 미안함이 묻어난다. 아이들은 쑥쑥 커 가는데 반복되는 적자 살림에 가장(家長)이라는 짐까지 짊어지고 살아가는 예술인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는 지구 밖의 이야기일 뿐이다. 마주 보고 헛웃음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려도 관객 동원에 고민하는 날들이 계속 되고, 공연을 포기하고 싶은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예술가들이 좀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인가라는 생각의 끝자락에 오래전 나에게 날아온 한통의 공문서에 이르게 된다. 7~8년 전쯤일 것이다. 시청에서 날아온 문서에 얼쑤와 모기관이 메세나 협약을 맺었다는 내용의 공문서였다. 그때 참 황당했다.

 아무리 국가정책이고, 실적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도 전혀 알지도 못하는 기관과 협약을 맺었다는 공문서 한 장 달랑 보내고 끝이었다. 과연 그 기관이 얼쑤를 어떻게 알 것이며 누구를 찾아가야 한단 말인가?

 그동안 이곳 저곳에 많이 이야기 했다. 지자체에서 공연팀과 기업이 직접 연결할 수 있는 場을 마련해서 공연도 보면서 기업체 담당자와 공연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이 필요 하다고. 그렇게 되면 기업에서는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문화적인 혜택을 주고, 공연단체에게는 관객 동원의 부담과 재투자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가 있다고. 또한 예술단체들은 기업의 행사에 공연을 지원함으로써 서로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어 갈 수가 있다.

 메세나란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총칭하는 용어다. 메세나의 대표적 사례는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가 이다. 조반니를 시작으로 코시모 미에리, 로렌초 가문을 이어가며 350년 동안 지속적으로 문화예술을 후원해 메세나의 본산지이자 르네상스를 일으킨 원동력이 되었으며 르네상스시대 미켈란젤로, 도나첼로, 보티첼리, 라파울로 등의 예술가들을 후원하여 예술의 꽃을 피우게 했다.

 문화전당이 들어선 광주에도 큰 정책만 쏟아 낼게 아니라, 가장 쉽게 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일부터 했으면 한다. 다행히 내년에 광산구에서 적극적인 메세나 운동을 통해 공연단체들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이런 움직임들을 통해 공연단체들이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설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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