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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재편은 '분열인가' '분리'인가


안철수 신당이 창당 선언을 하고 당명을 가칭 '국민의당'으로 정했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한 지 한 달 남짓 된 시점이다. 창당 선언을 한 국민의당의 최우선 목표는 당연히 인재영입이다. 아직 양적인 팽창이 충분히 이뤄진 상황이 아니어서 단정할 것은 아니지만, 야권 인사들이 당의 골격을 이루고 있고 호남 현역의원들이 상당수 가담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야권이 둘로 쪼개지고 있다는 느낌이 크다. 지금까지 양태로는 틀림없는 야권 분열이다. 야권의 필패를 이야기할 만한 형세다.
그런데 야권 분열이라는 용어는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 한다는 반론도 꽤 있다. 분열이 아니라 '분리'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총선이 끝나면 다시 헤쳐모여 하게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공천 때문에 잠시 흩어지지만 만남을 예정한 헤어짐이라는 진단이다. 뿌리도 달라 보이지 않고, 정책적 차이점이란 것도 대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니 그럴듯하다.
사전을 찾아보면 '분열'과 '분리'의 뜻이 어떻게 다른지 확연하지 않다. '분열(分裂)'의 뜻은 「한 사물이나 집단, 사상 따위가 둘 이상의 것으로 갈라져 나뉘는 것」이고 '분리(分離)'는 「서로 나뉘어 떨어지게 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큰 차이가 없는 낱말 정의인 것 같은데 뉘앙스, 다시 말해 섬세한 차이는 있어 보인다. 분열이란 낱말을 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사분오열(四分五裂)'이다. 중국 전국시대에 소진이 작은 나라들이 사분오열돼 있으면 강력한 외부세력인 진(秦)나라에 굴복하게 된다며 합종책을 펴면서 주창했다고 전한다. 야권 재편의 형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합종책을 폈던 전국시대와는 정확하게 역방향으로 가고 있기는 하다.
야권이 분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쪽은 약간 다른 차원으로 사태를 본다. 이들의 시각은 다분히 직관적인 것 같은데, 어쩌면 자연과학 상식으로 이를 설명하는 방법도 있어 보인다. 세포분열이라는 용어를 골라 보자. 국어사전을 보면 세포분열은 「하나의 세포가 (핵분열과 세포질 분열에 의해) 둘 이상으로 나누어지는 현상」으로 돼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하나가 두 개의 세포가 되는 것이 세포분열이라는 이야기다. 즉 똑같은 두 개를 만드는 것이 `분열'이다. 반면 `분리'는 조금 다르다. 사전의 화학적 의미는 「물질의 혼합물을 어떤 성분을 함유하는 부분과 함유하지 않는 부분으로 나누는 일」이다. 하나의 실체가 떨어지면서 양쪽의 내용물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이니 분열과는 분명히 다르다. 원래부터 성질이 다른 것들이 하나의 실체에 모여있었다는 조건 아래서만 분리는 이뤄진다.
사실, 야권 재편이 '분열'인지 '분리'인지 단정하는 건 아직은 섣부르다. 관찰자의 입장에 따라 '비관'이 무게를 더할 수도, '기대'가 더 섞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판정은 최소한 총선 이후에나 가능해진다. 야권이 참패하고 다시 하나로 모인다면 '분열'이었다고 사후 판단을 해도 되는 게 아닐까. '분리'였다면 경우의 수는 다소 복잡해진다. 다만 기능 분리가 성공한다면 비록 의석수가 적더라도 재결합은 미뤄질 수 있다. 정책연대나 국회 공조 등이 그 자리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제3당이 여당과 손발을 맞추는 일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의미 있는 제3당이 출현했을 때 이야기다.
4월이 지나면 지금의 야권재편 사태가 '분열' 인지 '분리'인지 분간할 재료가 어느 정도는 생긴다. 물론 벌써 결론은 내려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많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야권재편이 분열인지, 분리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전 판정이 내려진 셈이다. 그러나 사회현상의 원인을 밝히는 일은 결과를 손에 쥐고 이유를 찾아내는 작업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있다. 심지어 같은 결과를 들고 다른 원인을 찾아내는 사례도 많다. 선거연대라는 중간 변수까지 끼어들면 분석은 더욱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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