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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 이선유(1873-1949)가 부른 오가(五歌)를 받아 적어 책으로 펴낸 것이 『오가전집』이다. 그 중 판소리 ‘춘향가’는 아니리로 시작하는데 이몽룡이 경치 좋은 곳을 묻자 방자는 능청스럽게 씩둑거리는 장면이다. 이도령은 중국의 현인과 문장가들이 명승 광한루에 올라 유람한 예를 들어준다.
“가산영수별건곤소부허유노라잇고 채석강 명월야리적선이 노라잇고 상선에 바둑두던 사호선생 노라스니...”풀면 이런 말이다. 기산과 영산의 별천지에 현인인 소부와 허유가 놀앗고 채석강 달 밝은 밤에 이적서(이태백)이 놀았고 난리를 피해 은거하던 네 사람이 높은 곳에 올라 놀았다는 것이다.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중국 고대의 요임금이 나이가 들어 후계자를 찾던 중 허유와 소부의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요임금은 허유에게 “나는 더 이상 임금 노릇하기 싫으니 그대가 좀 맡아주시오.”했다. 하지만 허유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귀가 더러워졌다며 영수에 가서 귀를 씻었다. 소부가 소에게 물을 먹이려고 하다가 그 모양을 보고 허유에게 물었다. 왜 멀쩡한 귀를 그리 깨끗이 씻고 있느냐고 허유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다 듣고 난 소부는 소를 몰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더러운 말을 들은 귀를 영수에 씻었으니 그 물을 소에게 어찌 먹이겠나.” 후세 사람들은 허유와 소부의 지조를 가리켜 기산지절(箕山之節)이라 불렀다.
이런 고사성어를 통해보면 태평성대가를 불러왔던 시절도 정치는 이미 더러워졌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요순임금이 널리 성군이라 불린 것은 이들이 민초를 위해 선량하고 양심적인 정치를 했던 군주들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어쩌면 허유나 소부는 성군으로 이름이 높은 요임금보다 잘한다는 것이 어려운 줄 알고 부담을 털어낸 것은 아니었을까?
어쨌든 정치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민초들을 위한데 방점이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자도 어느 나라를 갔을 때 그 곳의 농부들이 희망찬 노래를 하느냐 아니면 원망의 노래를 하느냐로 판단했다고 한다. 때문에 그 나라 음악과 여론을 들어보면 그 나라의 정치수준을 알 수 있다. 『聞其樂知其政』거나 음악은 정치와 통한다. 『樂興政通矣』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으리라. 그래서 일제강점기에는 국악말살정책을 공공연히 펼치기도 했다. 민족정서를 일깨우고 반일감정을 조장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가령 『춘향전』에 임진왜란 분분시에 평양 감영에 월선부인 진주병영 논개 우리남원고을 춘향이가 나씨니...하는 부분이 있다. 월선부인이 누군가? 고니시 유키나가의 부장에게 독약을 탄 술을 먹이고 목을 벤 평양 기생 계월향을 말한다. 게다가 논개는 게야무라 후미스케 장수를 안고 진주 남강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 등 일제가 보기에 소리꾼들이 일본의 장수들을 죽였다는 이야기는 은근히 민초들을 선동했다는 생각도 무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요즘 우리 정치권에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 문제는 피해자들을 배제한 채 졸속합의 심지어 일부에서는 굴욕의 정치외교라고까지 비난받고 있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결정”이었다라고 하지만 이는 역사를 저버린데다가 또 다른 하나의 폭력이라는 평가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은 소녀상 철거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기억하고 인간에 대한 사랑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상징물이 되어 그 공감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평화의 소녀상은 말이 없다. 일본정치인들의 비뚤어진 역사 인식 때문에 거기 그렇게 서있다. 치욕의 세월을 인내하며 살아남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절규를 끝내 외면하고 과거사를 부인하기에만 급급했던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소녀상을 거기에 들어서게 한 것이다. 이상과 같은 상황에서 남원에도 소녀상 건립이라는 프랑카드가 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데... 시민의 공감대 형성 아니면 주체주관 그리고 소요예산문제 등 혹시 정치적 쇼는 아닌지 더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라기보다는 지역정서를 감안 만고열녀 춘향상 건립의 시급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바이다.
/국사편찬위 사료조사위원 이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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