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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과 '5자회담', 그 한끗의 차이


 2003년 6자회담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한국 측 수석대표는 이수혁 전 차관보였다. 그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영입 케이스로 입당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대 수석대표는 훗날 외교부 장관까지 지낸 송민순 당시 차관보다. 그의 재임당시 북측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비핵화에 합의한 '9ㆍ19 공동성명'이 발표됐었다. 그때가 6자회담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후 천영우(전 주일대사), 김숙(전 유엔 대사) 수석대표까지는 그래도 남북한과 한ㆍ미ㆍ일ㆍ러 수석대표들이 참석하는 6자회담이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위성락(전 주러 대사), 임성남(전 주영대사), 조태용(현 국가안보실 1차장), 그리고 현 황준국 수석대표는 한 번도 6자회담을 가진 적이 없다. 2008년 12월 김계관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뒤부터니 7년하고도 1개월이 지났다. 한 번도 협상해 본 적이 없으면서 거창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거나 달고 있는 이들은 뭔가 제 역할을 못 하는 듯해 애를 태웠다.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뭔가 일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도 했다.'

    황 본부장만 해도 '코리아 포뮬러'라는 대화재개방안을 들고 분주히 돌아다녔다. 본격 회담을 재개하기 전에 아무런 조건 없이 '탐색적 대화'라는 것을 해 보자는 게 이 제안의 요체다. '전략적 인내'를 표방하는 미국 정부가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회담을 할 수 없다고 하니 어떻게든 회담을 재개시키려고 만들어낸 일종의 '꼼수'다. 황 본부장이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발품을 판 덕에 관련국들로부터 "정 그렇다면 한 번 시도나 해보자"는 반응을 얻어 내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결국 북한이 문제였다. 2014년 하반기에 제안한 코리아 포뮬러에 대해 북한은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외교·안보 분야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5자회담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박 대통령 언급이 있은 지 6시간 만에 5자회담 거부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불참으로 7년이 넘도록 한 번도 회의를 가진 적이 없는 6자회담 대신에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만나서 북핵 문제를 논의해 보자는데 왜 중국은 그토록 발 빠르게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일까. 그 나흘 후 러시아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이 북핵 해결의 "유일한 길은 6자회담"이라며 역시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대통령의 돌발발언으로 북핵 정국이 더 꼬였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외교부 일각에서도 "왜 갑자기 그런 제안을 하셨는지…"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반대국들을 설득해 나가겠다"며 5자 회담 강행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6일이 지난 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5자회담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5자회담은 박 대통령이 처음 제안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9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5자회담을 제안했었다. 그때도 2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역시 중국이 거부해 유야무야 됐었다. 북한이 참석하느냐, 마느냐, '6'과 '5' 숫자 '한끗'의 차이를 놓고 왜들 그렇게 야단법석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데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6자 회담과 5자 회담은 그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는 문제 학생(북한)을 참석시켜 설득하고 야단치고 때로는 회유해서 더는 사고를 치지 않도록 하자는 데 무게 중심이 있다. 반면, 5자회담은 그런 식으로 해서 고쳐질 녀석이 아니니 징계위를 열어서 정학이든 퇴학이든 시켜야 한다는 데 무게 중심이 실려있다. 상황인식과 처방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러니 북한의 체제 안정을 바라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거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중국입장에서는 북한을 혼쭐내자는 미국이나 일본의 속내가 북한 제재가 다가 아닌 것 같아서 꺼림칙하기까지 하다. 6자회담의 의장격인 중국이 거부하면 5자 회담은 성사되기 어렵다. 물론, 한중 양측은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에 모종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5자 회담의 결과를 북미, 북중 양자 회담으로 연결해 북한에 6자 회담 복귀의 명분을 주자며 중국을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신이 자꾸 자라나는 현 상황에서 그런 설득이 먹혀들지 의문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의 외교적 입지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긴장 갈등 관계를 갖는 것이 중장기적 한반도 정세나 궁극적인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자꾸 원치 않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면서 운신 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의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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