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교육/생활
- 지역뉴스
- 기획
- 오피니언
- 사람들
- 포토,영상
- 관심소식

북한 김정은의 막가파식 핵·미사일 도발로 동북아 안보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고와 제재도, 중국의 설득도 먹히지 않으면서 국내에서는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가능성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하고 있다.
김정은은 핵·미사일 도발을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은 '꽃놀이패'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실험을 통한 핵무기와 운반수단의 고도화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생일(2월 16일)과 7차 당 대회(5월)를 앞두고 크게 한 건 했다고 자부할 것이다. 상식을 벗어난 충격 요법을 통해 동북아 안보 질서를 흔들었다는 것을 소득으로 꼽을 수도 있다. 주변국에 끌려다니는 종속변수가 아니라 상황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느낄 것이다. 북중러와 한미일이라는 과거 냉전질서로 다시 줄 세우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김정은에게는 이런 환경이 체제유지에 유리할 것이다.
김정은은 한국과 중국의 틈을 벌려놨다는 것에도 만족해할지 모른다. 중국이 싫어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사드를 배치하도록 상황을 악화시켜 박근혜 대통령의 '망루외교'로 천장을 찍었던 한중 관계를 냉각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은 사실상 용인하면서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매우 불쾌하다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사태에서 주변국의 이해득실은 일견 분명해 보인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정권이 필사적으로 추진하는 평화헌법 폐기를 위한 헌법개정과 국방력 강화에 결정적인 탄력을 얻었다. 미국은 미사일방어체제(MD) 강화를 위한 사드 배치를 관철하게 됐다. 반면 중국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 거품이었음을 드러내면서 스타일을 구겼다.
김정은의 도발에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우리 정부는 사드와 개성공단 가동중단이라는 카드를 잇달아 뽑아들었다. 개성공단은 남북에 남아있는 유일한 교류통로였다. 이런 결정을 두고 보수와 진보간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정부로서는 김정은을 고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마지막 한 수이자 배수진을 친 셈이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민족의 대경사'라며 축제 분위기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결코 희희낙락할 상황은 아니다. 중국이 변수이긴 하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전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제재의 강도에 따라서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앞당길 '철퇴'가 될 수도 있다. 남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잃게 될 연간 1억 달러도 김정은에게 작지 않은 타격이다. 공단 근로자와 가족 20만 명의 생계문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중국까지 무시하는 김정은의 거듭된 돌출 행보는 그만큼 체제가 불안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남북 대치 또는 동북아 냉전 국면에서 주변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편이 되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을 유엔의 고강도 제재에 중국이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나 우리 정부의 신뢰프로세스의 허술함도 노출됐다.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을 학습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제 관심은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 이후의 우리 외교안보지형을 어떻게 구축해나갈 것이냐로 쏠리고 있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으나 6·25 전쟁 이후 미국과 우리나라가 택했던 방식은 평화의 길이었다. 그간 북한의 수많은 도발이 있었지만 우리는 때론 자존심을 죽이면서 대화에 나서고 인내를 거듭했다. 전쟁보다는 평화로운 분단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평화통일은 커녕 '분단의 평화'마저 가능할 것이냐는 의문을 키우고 있다.
그래도 냉정함을 잃어선 안 될 것이다. 가능한 길을 찾아야 한다. 핵무장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핵을 얘기하기에 앞서 미국을 설득해 사거리가 긴 미사일 개발권부터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핵무기를 만들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북한과 같은 제재를 받고 견딜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암세포를 도려내듯 김정은과 주변 세력을 제거하거나 무력으로 북을 제압할 수 없다면 대화의 문을 닫아걸 이유는 없을 것이다. 김정은과 핵의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포기하기엔 이르다. 따라서 6자 회담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남북 관계가 절망적이었던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의 한반도에서 1972년 7월 4일 남북 공동성명이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당시 공동성명은 조국통일의 3원칙으로 반외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제시했다. 물론 이후 흐지부지되긴 했지만 모든 통로가 차단된듯한 상황에서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에도 협상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정치이고 외교다.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