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2번의 전주 완주 통합시도가 무산됐다. 전주는 찬성여론이 높지만 완주는 반대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전주와 김제 통합론이 불거졌다. 몇 사람의 정치인이 모인자리에서 나왔다지만 과연 가능한 일로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전주와 김제시 통합은 전주와 완주통합에 비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리적 인접성 등 모든 면에서 당위성이 약하다. 지역주민들만 양분되는 부작용만 낳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신중해야 한다.
농촌지역이 저 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국의 인구변화를 분석한 결과 저 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해 30년 후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3분의 1 이상이 ‘소멸’위기에 처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전국의 84개 기초자치단체가 3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란 전망은 충격적이다. 전북은 그중 10개 기초자치단체가 소멸대상에 포함돼 심각성을 더한다. 앞으로 정부차원의 행정구역 개편이나 자치단체 스스로 인근지자체와의 통합 등 행정구역 재편이 불가피할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런 상황들을 전체적으로 감안한다면 통합논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통합도 명분이나 역사와 문화, 지리적 여건 등 여러 측면에서 합리성이 전제돼야 한다. 무조건 통합하자는 논리는 부작용만 낳고, 가장 중요한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전주와 김제시의 통합도 마찬가지다. 당위성이나 명분이 없는 데 섣부르게 시도했다가는 통합은 안 되고 지역민 편 가르기로 지역을 분열로 몰아넣을 수 있다. 전주·김제 통합론의 발단을 보면 지난 8월13일 이건식 김제시장이 지역현안 협조요청을 위해 정동영 국회의원을 초청한 자리에서 처음 거론된 것 같다. 현안 논의과정에 통합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이건식 시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전주·김제 통합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아직 구체적 로드맵은 없지만 추후 통합론이 거론된다면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 그 뒤 지난달 29일 김제시내 모처에서 이건식 시장과 정동영· 김종회 국회의원이 비공식 모임을 갖는 자리에서 다시 거론되면서 재 부각됐다.
3명이 모여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화두를 던져본다는 의미는 있지만 적어도 통합이 물리적으로 가능하고 문화와 역사 등 동질성 문제는 어떤지, 득과 실은 없는지 등 나름의 충분한 분석을 바탕으로 시작됐어야 한다. 무조건 던져놓고 보자는 식은 지역을 이끄는 리더들의 자세가 아니다.
심사숙고해 볼 일이지만 전주와 완주도 통합에 실패했다. 과연 김제와 전주의 통합이 물리적 또는 정서적으로 가능한지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한다. 첫째는 정치인들의 개인적 목적이 깔려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통합논의 자리에 있었던 이 시장과 김의원, 정동영 의원의 정치적 사심은 없는지 말이다.
다음으로는 지리적으로 보면 전주는 김제보다 완주와 통합하는 것이 타당성이 높다. 김제시는 전주와 지리적으로 보면 완주를 거치거나 극히 일부지역만 맞닿아 있다. 김제는 전주보다 오히려 완주와 통합하는 것이 당위성이 높다. 생활권도 전주보다 익산이 더 비중이 높다.
통합의 긍정적 측면은 김제시 입장에서 농업도시 탈피와 새만금신항 개발의 극대화, 새만금국제공항 유치 유리, 김제지역 지가 상승, 전주·김제 SOC 공동활용, 상호지원사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벌써 지가가 들썩거리는 모습도 있는 것 같은데 만약 통합논의가 지속되다 무산되면 피해자들이 속출할 수도 있는 양면성도 있다.
반면 부정적 측면은 당위성이나 합리성이 부족한 상황에 찬반양론의 극한 대립 속에 통합은 안되고 지역민들만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럴 위험이 매우 높다. 또 김제시의 정체성 상실 및 농업분야 및 각종 지역예산 축소, 전주시내권으로 인구가 빨려 들어가면서 김제도심공동화와 농어촌특별전형 해제로 대학진학 불리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섣부른 공론화에 앞서 실제 통합이 가능한 일인지 부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불가능해 보이거나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화두라면 더 이상 입줄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이 문제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는 이건식 시장은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