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풍자적인 인물 봉이 김선달(본명 김인홍.자호로는 낭사)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 하나가 있다.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얘기다. 김선달이 대동강가 나눗터에서 사대부집에 물을 길어다 주는 물장수를 만났을 때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물장수를 데리고 주막에 가서 술을 사주면서 내일부터 물을 지고 갈 때마다 자신에게 엽전 한 닢씩 던져줄 것을 부탁하며 물장수들에게 동전 몇 닢씩을 나눠줬다. 그리고 이튿날 의관을 정제하고 평양성 동문을 지나는 길목에 의젓하게 앉아 물장수들이 던져주는 엽전을 헛기침을 하면서 받고 있었다.
이때 엽전을 내지 못한 물장수가 선달로부터 호되게 야단을 맞는 장면을 사람들이 보게 된다. 이를 본 한양인들은 대동강물이 선달 것으로 생각하게 됐고, 한양상인들은 김선달을 꼬여 주막에서 술을 마시며 물을 팔라며 흥정한다.
그러나 선달은 조상대대로 내려온 것인데 조상님께 면목이 없어 못 팔겠다고 버티면서 이를 물려줄 자식이 없다며 한탄까지 한다. 그러자 한양상인들은 집요하게 흥정에 나섰고, 거래금액은 1천냥, 2천냥, 4천냥까지 올라가 결국 4천냥에 팔게 된다. 이는 당시 황소 60마리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고 한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의 새만금 투자유치활동이 허황돼 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지지부진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새만금 현장을 가본 사람이면 가장먼저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언제 육지로 드러나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다. 방조제 안쪽이 아직도 대부분 물속에 잠겨있기 때문이다.
물속에 잠긴 땅을 가지고 공장을 짓고 건물도 세우라며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언제 육지로 드러날지도 모를 불확실한 물속에 있는 땅을 기업이 개발하고 건물을 지으라며 투자유치활동을 한다. 과연 땅으로 드러난 곳과 같은 효과가 있을까.
새만금개발사업이 그동안 순조롭게 진행되어 왔다면 문제는 다르다. 30년이 다되도록 지지부진하고 아직도 물속에 있는 땅을 기업들이 매립작업을 하고 공장을 지으라고 하면 선뜻 나설 기업이 있겠는가. 시기의 불확실성은 물론 초기투자비용이 너무 거 나서기 어렵다.
새만금이 활기를 띠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계획된 땅이 육지로 모두 드러나고 전기와 가스, 수도와 공업용수, 도로, 항만 등 기초시설은 갖췄거나 갖추는 작업이 가능한 상태로 먼저 만들어 놔야 한다. 지금의 개발속도나 현지여건을 보면 조선 후기 풍자적인 인물 봉이 김선달 이 대동강물을 팔아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먼제 매립작업을 끝내는 등 민간투자 여건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새만금은 부지의 절반 이상을 민자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해상매립을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필요해 민간참여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새만금사업은 2018년이면 사업시작 30년이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가 무산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만약 MOU 당시 바로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여건이었다면 삼성측도 무모한 협약을 안했을 것이고, 그래도 했다면 조기투자여건으로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다.
새만금은 부지의 절반 이상이 민자 개발방식이다. 개인기업이 대규모 해상매립을 하려면 시간과 예산이 많이 투입돼야 한다. 그러다 보면 투자분야에 대한 수익예측 불확실 등이 커져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에게는 치명타다.
당초 새만금기본계획에 민간투자를 촉발하기 위해 선도사업을 통해 2017년까지 전체 부지의 45% 조성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현재 조성부지는 27.4%에 불과하다. 정부가 먼저 매립하고 민간투자자가 조성·개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공기업 정상화라는 이유로 새만금사업에 공기업 개발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새만금사업의 특수성과 시급성 등으로 볼 때 매립경험이 풍부한 공공기관의 참여가 절실하다. 정부가 먼제 매립작업을 완료토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공기관의 새만금사업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매립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민간 참여가 촉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