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한 가금류 마릿수가 전국적으로 3천만 마리를 넘었다. 첫 발생이후 50여일 만에 사상 최대의 살처분이 진행됐다. 아직도 언제 종식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지금도 발생되고 있는데다 철새이동이 한창이고 유동인구가 많은 설도 다가오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도 국내 대표 산란계 밀집지역인 김제 용지가 무참히 뚫렸다. 이 지역에서만 약 53호 117만수를 긴급 살처분 됐다. AI발생이 단기간에 집중돼 살처분 소독과 살처분에 따른 인력 부족 등 어려움이 컸다. 그러다보니 매몰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사상 최대의 살처분이 단기간에 이뤄지면서 매몰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부실할 우려가 높아 매몰 후 발생하는 2차 피해도 클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살처분 된 매몰지에서 침출수 유출과 악취, 지하수 요염 등은 살처분보다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아직도 종식되지 않고 있는 AI확산방지노력과 함께 2차 피해 대책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도내지역 매몰지는 현재까지 83개소 정도다. 이 중 매몰탱크 방식은 67개소이다. 특히 침출수 유출의 우려가 높은 일반매몰이 16개소나 된다고 한다. 매몰방식은 일반적으로 매몰탱크와 일반매몰(차수시트) 방식이 있다. 매몰탱크 방식은 섬유강화플라스틱(FRP)재질로 만들어진 저장탱크를 땅을 파고 묻고 탱크 속에 살처분 가금류를 넣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폐사된 가금류의 부패 진행속도가 늦는데다 3년 마다 땅속에서 꺼내 소멸처리를 해야 한다. 지난해 도내에서 소멸 처리된 매몰탱크는 50여개에 달한다. 문제는 매몰비용 절감을 위해 대부분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탱크용기보다 저렴해 파손이나 부식우려가 높은 탱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 관리와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이유다.
특히 일반매몰은 구덩이에 차수시트를 깔고 살처분 가금류를 매몰하는 방식인데 이 방식이 더 큰 문제다. 일손이 달리고 전문성이 떨어져 마감처리가 부실할 경우 침출수 유출과 악취 등 환경오염 발생 우려가 높은 것다. 이번 AI로 도내에서만 이 같은 차수시트 방식으로 매몰된 곳이 현재 16개소나 된다고 한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AI에 의해 소요되는 매몰처리 비용의 부담으로 인해 값 싼 매몰탱크를 이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매몰도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어 자칫 훼손돼 환경오염 우려가 높다. 매몰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제부터는 AI종식 노력과 함께 매몰지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자치단체에서는 매몰지 현황과 규모, 매몰방식과 이로 인한 문제점들을 매몰지 별로 체계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 이번에는 짧은 기간에 AI발생이 집중돼 매몰의 문제점이 많고, 2차 피해우려도 높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가축 매몰지 주변 오염 관리실태' 공개한바 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정부가 매몰지역 지하수가 오염됐는지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가 안된다는 이야기다. 인근 지하수 수질조사 등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지난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농림부 환경부 지자체와 공동으로 경기·충청지역 매몰지 9곳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9개 조사대상 중 7곳이 매몰지 기준에 맞지 않은 방식으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단기간에 사상최대의 매몰이 이뤄졌다. 곳곳에서 처리인원부족으로 의심신고 뒤 며칠씩 방치된 체 매몰을 기다리기도 했다. 한꺼번에 몰리는 살처분 분량으로 그만큼 인력이 부족했다. 허둥지둥 급박하게 매몰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매몰규정을 제대로 준수했는지도 의심스러우며 전문가가 아닌 매몰 작업자의 판단에 따라 매몰이 이뤄져 장소선정이나 매몰방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제 지자체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매몰지 별 장소와 규모, 관측정 설치 및 모니터링, 주변 지하수와 하천수 수질분석, 침출수 대책 등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
침출수 등 환경오염에 의한 2차 피해는 한번 발생하면 수습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간도 오래 걸리고 피해도 불특정 다수가 되는 등 피해가 크다. 서둘러 매몰지 사후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 2차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