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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


 

<시민감사 옴부즈만·공학박사 류정수>

 

한때 구시대에 흔했던 일로, 자기들의 구역을 침범하는 타 지역의 아이들에게 기합을 주거나 손찌검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지나치면 패거리 싸움이 되었고, 그곳에서의 우두머리가 영웅 대접을 받던 시대가 있었다. 주먹을 제일 잘 휘두르는 이가 모든 것의 의사 결정을 내리고, 나머지는 말없이 따르던 일명 ‘오야붕(親分)’과 ‘꼬붕(子分)’이라는 말로 계급을 결정짓던 시절이었다.

 

 시정의 깡패와 정치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패거리를 짓는 것이다. 상대와 싸우기 위해 무리를 짓는데 함께하지 않으면 죽이거나 도태시키는 동물적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패거리를 지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면 깡패가 되는 것이고, 공익을 위하면 정치 집단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깡패 집단과 깡패 같은 정치 집단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 집단은 정당의 이름으로 정강정책을 내걸고 정치적 무리를 형성하는 것이므로 사익을 위하면 표리부동하게 된다. 이를 예방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민의 올바른 선택뿐이다.

 

 둘째로 깡패와 정치 집단의 공통점은 어떠한 목표를 두고 다른 무리와 끝까지 충돌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다투거나 싸우는 것을 문제 삼으며 화합의 저해 또는 분열이라고 비난하는데 그것은 적절치 않은 표현인 것 같다. 끝까지 다투는데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다투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이는 국익이라고 말하면서 재벌을 대변하고, 어떤 이는 국민의 이익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만을 위해 일한다. 이를 감시하는 것이 바로 언론의 역할이다. 깡패가 끝까지 싸울 때는 경찰이 감시하면 되지만 정치인은 언론이 옥석을 구분해주어야 한다. 언론이 정론직필이면 국가나 지역이 발전하고, 언론이 눈치를 보거나 야합하면 퇴보하게 된다.

 
 남과 북, 동과 서, 세대간, 계급간의 갈등이 첨예화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는 소통이다. 소통은 일차적으로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대화는 상대를 인정할 때 비로소 성립된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대화는 의미가 없다. 정치집단과 깡패가 달라야 하는 것이 상대(counterpart)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것이다. 자신만 옳다고 하는 정치인은 정치인으로 기본자세가 되어 있지 않는 것이다. 상대가 존재하는 이유가 자신이 생각지 못한 점을 상대방이 보완해 줄 수 있기에 상대를 중요하게 여기고, 공동의 이익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우리사회에서 적폐(積弊)를 청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적폐는 과거형이고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이 애매모호해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적폐보다 개혁(改革)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똑같은 의미이지만 적폐청산은 적을 만들고, 개혁은 미래형이며 동지를 만들기에, 개혁을 하면서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개혁을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소통이 지름길이다.

 

 소통은 시끄럽다. 어떤 이는 소모적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군사문화에 젖은 이는 일사분란하지 못함에 분통을 터트리지만, 민주주의의 다양함이기에 좋은 일인 것 같다.

 촛불민심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 새로운 시대에는 국가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이 앞서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며,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치의식이 최대한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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