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기전대학 겸임교수·홍정화규방아트 대표 홍정화>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얼마 전까지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는 뭐에요?”라고 물어보면 주저하지 않고 한 목소리로 “도깨비요”라고 대답을 했다. 필자 역시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몇 회 정도 본적이 있다. 도깨비 속 공유라는 주인공 배우가 멋있어서 이기도 했지만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라는 사실이 내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행이란 단어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어떨 때 유행이라는 단어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행이란 무엇이며 왜 생겨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유행이란?
사전적 의미로 「언어, 복장, 취미 따위의 생활양식이나 행동 양식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시적으로 널리 퍼짐」이라고 되어 있다. 영어에서 패션(fashion)의 의미와 일맥상통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유행하면 복장(服裝), 즉 옷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고 옷을 패션이라고 이해한다. 이 같은 이유는 다른 영역들에 비해서 옷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인데, 옷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변화의 주기에 매우 민감하고 타 영역들에 비해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션은 옷 뿐 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친 해당 시대에 사회에서 채택되는 의복, 가구, 장식물, 건축, 자동차, 음식 등의 다양한 것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정한 시기에 인기를 얻어 많은 사람들에게 수용되는 지배적인 스타일을 의미한다.
유행은 그것을 따르기 위해서는 사치, 낭비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담겨 있을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새로운 변화에 민감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젊은 층,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매우 익숙해진 용어이다. 일례로 화장품을 얘기해 보자면 2000년대 이전 화장품이라면 여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었고, 남성들에게 있어서는 면도 후 까칠해진 피부를 정돈하는 정도의 의미로써 화장품을 인식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터 경쟁 사회 속에서 남성의 외모가 새로운 미에 대한 기준이 되고 사회 속에서 앞서나가는 비결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C.F가 등장하면서, 우락부락한 남성적인 외모나 근육질의 몸보다는 꽃미남, 피부미남등과 같이 남성이 지니고 있는 미(美)가 사회 속에서의 자신만의 경쟁우위를 창조할 수 있는 요소로써 거듭하게 되면서, 남성들의 외모 가꾸기는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을 유행하게 했다.
그렇다면 유행은 왜 생겨나는가?
유행의 원인으로는 싫증, 호기심, 반발 등의 심리적 원인과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구별집단 및 이들을 모방하고자 하는 동조집단이 서로 맞물려 새로운 패션을 창조·확산한다는 사회적 원인을 들 수 있다.
“만일 모방을 하지 않는다면 유행이 어떻게 일어나겠는가?”라고 샤넬이 말했듯이 유행은 모방심리의 소산이다. 이와 같은 모방심리에 사회학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인물이나 사회계층에 대한 모방을 함으로써 그들과 같아지고자 하는 즉, 동일시하려는 심리적 동조현상을 유행이라고 보았다. 예컨대 TV나 영화에 등장하는 인기 연예인의 패션을 일반인들이 따라 하면서 느끼게 되는 동조현상이 유행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이전 시대인 과거에는 유행의 주체가 상류층에 있었고 하류층은 이를 동경의 대상으로 여기고 모방하는 것이 유행 흐름의 전형적인 현상(하향전파이론, trickle down theory)이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과거와는 다르게 계층 간의 사회적인 유동성이 가능해 지면서 유행의 흐름이 상류층이 아닌 사회경제적으로 지위가 낮은 하류층에서 상류층으로 또는 연령이 낮은 층에서 높은 층으로 유행의 흐름이 확산되어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유행의 상향전파이론(trickle up theory)이라고 한다.
유행의 상향전파이론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은 미니스커트와 블루진이다. 미니스커트는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난 미니멀리즘 예술사조가 패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패션디자이너 메리퀀트(1934년 영국출생)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처음에 무릎 위 허벅다리가 드러나는 미니스커트가 등장하자 주변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인 시선이었지만, 이내 미니스커트는 여성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켰고 대다수의 여성들에게 받아들여져 유행의 아이템이 되었다. 블루진 역시 미국 서부의 광부들이 노동복으로 입었던 견고하고 튼튼한 프랑스 직물 데님에 인디고 블루로 염색해서 입었던 것인데, 이것이 오늘날 블루진의 고퀄리티(high quality) 브랜드인 리바이스(Levi's)사 블루진의 원조이다. 특히 현재 블루진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가 가지고 있다는 패션아이템으로, 해외의 유명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블루진은 500만원에서 1천만원대를 호가하는 명품으로 생산되기도 한다. 이는 노동복으로 시작된 블루진이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프리미엄급의 데님의류로 탄생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유행에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려는 심리가 소비행위로 나타나는 현상을 밴드웨건(Bandwagon) 효과라고 한다. 이는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의 편승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요즘 잘나가는 도깨비의 주인공인 공유가 나오는 광고를 보고 구매하거나, 새로운 패션스타일을 따라가기 위해 구매하는 일종의 모방심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반대로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을 꺼리는 구매심리도 있다. 제품을 구매할 때 남과 다른 자신만의 주관이나 개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타인의 사용 여부에 따라 구매 의도가 감소하는 현상으로 이를 스놉(snob) 효과라고 한다. 스놉의 부작용은 다른 사람과 구별되려고 값비싼 의상을 입거나 진귀한 예술품이나 고가의 희귀한 스포츠카를 소유함으로써 자기를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대인은 평범함을 거부하고 남들과는 다르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그러나 유행에 민감하여 나도 모르게 밴드웨건 효과의 희생양이 되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며 긍정적인 형태로의 스놉 효과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