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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의 미덕



<장무길>

화창한 날씨에 봄나들이 하듯 옷을 주섬주섬 입고나와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길을 가다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와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작년의 시든 잎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로 사진 한 컷을 찍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담에 울긋불긋하게 마치 커튼처럼 걸려 있는 담쟁이 넝쿨이었다. 언제나 푸르른 잎들이 담장을 수놓을 것만 같아 보였지만 어느새 계절에 쫓겨 그 아름다움 작태도 마른 잎으로 변했고, 이제 다시 새 봄을 맞아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아픈 현실에 그만 눈시울 뜨거워져 나도 그만 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담쟁이 넝쿨이 주는 시대적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하다 좀 더 나은 세상은 오기는 오는 걸까!

자연과 더불어서 함께 웃고, 어린아이의 희망이 넘치고 밝은 세상!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세상! 노인들이 노년에 행복하고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 정의가 강같이 흐르는 세상이 과연 오기는 하는 걸까?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을 하다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의 전반에 걸쳐 있는 어수선함을 비유하듯, 이리저리 바람에 흩날리고 나뒹구는 담쟁이 넝쿨이 우리나라의 현 시대상을 표현하듯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문득 도종환님의  “담쟁이”이라는 시 중 한 글귀가 가장 깊이 있게 느껴지며 떠오른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절망의 벽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담쟁이는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디지털 환경에서 우리사회는 급속도로 물신화(物神化: 사람 스스로가 만들어낸 상품이나 화폐가 오히려 사람을 지배하고, 사람은 그것들을 신처럼 숭배하는 것)되어가고 있다. 사회적 기본단위라 할 수 있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 역시 매우 기능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고 자본주의 체제가 굳어지면서 우리는 하나의 답만을 요구하는 교육시스템과 관습에 지배되어 왔다.


다양한 삶의 경로에 숨겨진 의미가 무엇이며 인간의 다양한 삶의 패턴과 그것에 내재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기회조차도 빼앗기고, 스스로의 정체도 알 수 없이 체념하고 마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또는 사회의 지도층들에 일침을 가하고자 하는, 담쟁이 넝쿨은 단순한 넝쿨이 아닌 조용하고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함께 더불어 사는 지혜를 알려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나의 담쟁이 넝쿨에 불과하다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오늘 내가 깨달은 것과 의미부여를 하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빠르고 스마트한 세상에 느림의 미학과  공동체쉽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청년실업, 노인문제, 저출산 문제, 복지의 문제, 정치의 문제, 교육의 문제 등 개선해야 할 국가과제가 산적해 있다. 개인주의가 난무하고 협력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 민족과 국가의 근간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할 때이다.담쟁이의 넝쿨처럼 서로 협력하여 험난한 세상의 벽을 오르며, 이제부터라도 잘못 운영된 국가·사회시스템을 고쳐서 원칙이 서고 희망이 보이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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