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보건소장 노창환>
요즈음 고창에 있는 공음학원농장은 짙푸른 보리밭에 노란 유채꽃이 조화롭게 만발하여 장관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도깨비가 사랑한 청보리밭”이라는 주제로 축제도 개최된다. 보리개떡이나 보리쿠키 만들기 체험, 민속장터, 보리밭 사잇길 걷기 등 추억과 사랑이 함께하는 많은 테마가 있다.
30만평의 광활한 대지에 온통 파랗게 자라고 있는 청보리를 보고 걸으면서 “고창 청보리밭에 얽힌 백세인생과 노인들의 건강관리”에 대해 논하여 보고자 한다. 푸른 보리를 보고 노인들의 건강관리를 논한다는 것이 견강부회(牽强附會)하게 비쳐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렇게 짙푸른 보리도 언젠가는 누렇게 익어갈 것이며 누군가의 손에 의해 잘려지는 것을 볼 때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건강한 젊은이도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보리처럼 늙고 병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필자에게는 100세에서 두 살 모자란 할머니가 생존해계신다. 그런데 오래살기만 하면 좋은 것인지를 할머니를 보면서 반문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사망하고 50년을 넘게 살면서 무슨 생각과 집념으로 세상을 살아 왔을까?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겼을 것이고 손자들 커가는 것을 낙으로 삼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당신 인생은 없었을 것이며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으면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이제는 경도 치매가 와서 간혹 반복되는 이야기를 하다가 큰소리가 나고 함께 사는 아들 부부를 속상하게 한다.
필자의 사례처럼 90세를 훌쩍 넘겨버린 노인들은 건강에 대한 투자가 없었지만,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고 달라졌다. 고창지역 70∼80대 노인들은 당신들의 건강에 관심과 열정이 높다. 매주 지역에서 실시하는 노인대학에 참여하여 조금이나마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 생활을 하고자 열심이다. “오늘은 노인대학 가는 날” 또는 “오늘은 경로당 프로그램 참여하는 날”을 기억하고 빠지지 않기 위해 시간을 조정한다고 한다. 노인들이 건강관리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생시계라는 말이 있다. 100세 인생을 24시간으로 보아 이제 50세가 된 사람은 12시에 와있고, 노인 연령인 65세는 오후 3시 반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이 되었어도 앞으로 살아야 될 날이 많다는 말인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많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 스스로도 제공되는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하여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가능하다면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며 걷는 것부터 실천하고 생활화 하여야 한다.
핵가족 시대 그리고 여성의 사회참여도가 높은 사회에서 늙고 병든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노인들도 크게 아프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여야 한다. 자신의 부모를 양로원이나 요양병원에 보내는 것이 도덕적적으로 잔혹한 행위라고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어쩌면 그게 부모를 모시는 최선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언젠가는 늙고 병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병든 잎이 나무의 가지 끝에서 앙상하게 남아있는 것과 같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백세인생이다. 오랫동안 사는 長壽(장수)만 고집할게 아니라 健康한 人生(건강한 인생)을 고민해야 보아야 한다.
공음학원농장에서 짙푸르게 자라고 있는 보리도 시간이 흐르면 누렇게 익어갈 것이고 그 속에서 얻어진 열매는 주인의 손에 의해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아마 내년 이맘때 보리개떡이나 보리쿠키 재료로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 광활한 대지에 온통 파랗게 자라고 있는 광경을 보면서 이곳을 찾는 노인들도 많은 추억과 사랑을 되찾고 건강에 대한 희망을 가져가기 바란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