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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건강



<예수대학교 간호학과교수 공은숙>

어제는 종일 봄비가 내렸다. 가뭄으로 초목이 말라가는 때 생명을 살리는 빗줄기였다. 소리 없이 살살, 때로는 줄기차게, 때로는 쉬엄쉬엄 봄비가 내렸다. 대지와 산천초목을 살리는 생명수였다. 농촌에서는 농민들의 마음이 가뭄으로 타들어간다는데 얼마나 좋은 선물인가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커튼을 열고 창밖을 보았다. 우아! 크고 작은 물방울이 수정처럼 장식한 초목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큰 미소를 지었다. “안녕? 정말 아름답구나!”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가만히 보니 진즉에 떨어진 매화와 벚꽃 자리에 초록색 잎들이 가득했다. 얼마 전, 우아하게 피었다가 뚝뚝 떨어진 백목련 꽃자리에도 둥그런 진연두색 잎들이 빼곡하게 자라났고 별모양의 노란 개나리꽃이 진 자리마다 연녹색의 잎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모두가 앙증스럽게 귀엽고 예쁘다. 겨우내 죽은 듯이 마른 가지들만 앙상하게 남아있던 큰 나무에는 가지의 마디마다 수정알들이 촘촘히 매달려 또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분위기가 마치 새잎이 돋아나는 순간을 숨을 죽이며 기다리는 듯 했다.

식물은 물이 부족하면 수분스트레스로 고통을 받게 된다던 말이 떠올랐다. 수분이 부족해서 생기므로 건조스트레스라고도 부르는 스트레스다. 그 결과 세포내의 원형질체의 부피가 감소하고 용질의 농도가 증가하게 되며, 대사기능의 장애가 일어나 비정상적으로 구멍이 많아지고, 세포막이 손상되어, 결국 세포가 병들고 죽는 결과로 이어진다. 즉 물은 세포를 활력 있게 만들어 대사기능을 활기차게 돕지만, 건조해지면 세포가 변형되고 장애가 생겨 점차 생명이 소멸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은 어떨까? 우리 몸도 예외는 아니다. 수분이 부족하면 신체의 구석구석에서 건조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난다. 주요 증상들을 잠깐만 살펴보자.

 
수분이 부족하면 뇌에 점차 물이 부족해지고 건조해지는데 이는 짜증의 증가로 나타난다. 머리가 무겁게 느껴지고 두통이 나타나며 불안과 초조 그리고 우울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혈관계는 물이 부족해지면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이 나타나기 쉽다. 또한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이 끈끈해지고, 적혈구가 뭉치기 쉬워, 작은 혈관들이 쉽게 막히고 심장마비로 진행될 수도 있다.

장에서는 건조해지면 흔히 변비가 나타난다. 당연히 변비로 인한 두통, 메스꺼움, 소화불량, 식욕부진, 또는 대장에 염증이나 용종, 그리고 암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비뇨기계는 건조해지면 소변의 양과 횟수가 줄어든다. 소변색깔이 진해지게 되고, 갈증이 느껴진다. 전신적으로는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기운이 없고, 몸이 피곤해지면서 일할 의욕을 잃게 된다. 피부계는 주름이 많이 생기고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특히 입술이 말라 갈라지기 쉽게 된다. 또한 구강의 혀도 말라 갈라지고 침이 탁해진다.

 물은 우리 몸의 약 67%를 차지하여 우리 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단백질은 약 15%, 지방은 약 13%, 비타민과 무기질이 약 4% 그리고 매일 주식으로 많은 양을 먹는 탄수화물은 1% 정도이다. 물이 생명의 근원이다. 나는 갑자기 갈증이 났다. 온몸이 가렵고, 서 있자니 약간의 현기증이 느껴졌다. 습관적으로 옆에 마시다 만 커피 잔을 들어 홀짝거리다가 섬광처럼 지나가는 섬뜩한 생각이 나를 멈추게 한다. “너는 지금 네 몸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니? 지난 번 악몽을 잊었니?” 이뇨작용으로 몸을 건조하게 하는 커피. 나는 슬그머니 정수기로 가서 남은 커피를 쏟고 물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꿀꺽꿀꺽 맛있게 마셨다. 갈증이 사라졌다.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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