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학교 교수·농학박사 백소현>
스포츠 선수들 중에는 종목별로 쾌 많은 악동들이 존재한다. 젊은 시절의 기억을 들추어 보면 축구에는 ‘디에고 마라도나’, 테니스에는 ‘존 매켄로’, 권투에는 ‘마이크 타이슨’ 등 그들은 세계 최고의 실력만큼이나 많은 구설수를 달고 살았던 악동들이었던 것 같다.
2014년 뜨거운 여름에, 전주혁신도시에 새 둥지를 튼 농촌진흥청은 채 2년도 안된 작년 봄에 큰 곤욕을 치렀다. 농진청에서 개발한 GM 벼의 안전성 심사신청 발표로 인해 여러 환경단체, 농민단체, 주변 농업인들의 GMO(유전자 변형 생물체) 연구개발금지 반대집회 및 항의 등으로 세계최고수준의 국가농업연구기관이 졸지에 악동 아닌 악동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당시에 GMO 반대 단체들의 주장은 GMO 국내재배 허가 시 농약남용에 의한 환경파괴와 주식인 GM벼 상용화 시에 우리국민의 건강안전문제 등이었다. 국민의 안전 및 환경보전의 맥락에서 생각하여 보면 그들의 주장은 일면 합리적이고 타당할 수도 있겠다.
GMO는 한국뿐만이 아니고 지구촌의 많은 곳에서 악동처럼 대우 받고 있는 듯한데, 미국 국립과학원(NAS)은 GMO 관련한 최신 연구결과를 애그리 펄스 커뮤니케이션(Agri-Pulse Communications) 잡지에 보도하였다(2016. 5. 17 일자). 총 408쪽 분량의 NAS 보고서에 의하면, GMO 식품안전성연구를 위해 동물 및 식품알레르기 실험데이터를 분석하였고, GMO 식품을 20여 년간 섭취해온 북미지역과 전혀 섭취하지 않은 유럽지역의 질병발생 패턴 등을 비교하였다. 분석결과 GMO식품이 Non-GMO식품에 비해 인체에 더 위험하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GMO 식품과 알레르기 연관성을 뒷받침할 근거 또한 없고, 따라서,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GMO 작물은 안전하며 암과 기타 질병 유발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노벨상 수상자 108명은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더 이상 유전자변형 작물(GMO)에 대한 반대를 멈추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고 워싱턴 포스트는(2016. 6. 29 일자) 보도하였다. 노벨상 수장자들은 성명에서 “생명공학으로 개선한 작물(GMO)과 식량에 대한 세계농업인과 소비자경험을 재평가하고, 권위 있는 과학기관의 연구결과를 인정하여 GMO 반대캠페인을 중단하도록 그린피스와 그 지지자들에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세계 과학자들은 GMO가 다른 방식으로 생산한 작물이나 식량만큼 안전하다고 줄곧 주장해왔다”며 “지금까지 GMO 소비가 인간이나 동물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GMO는 1986년 상업적으로 처음 재배되기 시작한 후 20년이 지난 현재 재배면적이 1억 8천만 헥타르로 100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이 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의 약 20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면적으로 획기적인 육종방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매년 약 1,000만 헥타르씩 증가하는 추세를 막을 방도는 없는 듯하다.
서양인들의 주식인 밀은 아직까지 GMO가 상용화된 사례는 없으나, ‘미국의 밀생산자협회’는 작년 3월초 기자회견에서 “GM밀의 상업재배를 강화하겠으며, GM밀을 재배하면 생산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라고 GM밀의 장점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사실상 조만간 GM밀을 재배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몬산토 기업은 이미 2004년에 제초제 내성 GM밀을 개발하였으며, 식용 및 사료용으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안전성 승인을 획득한 상황이다. 또한 시민단체에서 반대하고 있는 GM 벼는 미국, 중국, 일본 등 13개 국가에서 22건의 승인을 마친 상태이고, 일본은 2007년부터, 중국은 2009년부터 시험재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총칼을 앞세워 식민지를 건설하였으나, 앞으로는 지식재산권을 앞세워 기술 후진국가를 경제식민지배 할 거라 예상되는데, 작년에 중국정부는 무려 52조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세계 3위의 글로벌 GM기업인 신젠타를 인수하였다. 이것은 국가차원에서 GM종자 개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이라 생각된다.
현재 쌀 생산농가를 포함한 시민단체에서는 농진청의 GM작물 개발연구를 중단하라고 극심한 반대를 하고 있다.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중국, 일본은 이미 GM벼를 개발하여 2007년부터 재배하는 등 GM작물 개발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농업환경이 열악한 대한민국에서 GMO개발 연구와 같은 첨단농업기술 연구를 중단한다면, 결국 농업경쟁력을 상실하여, 가까운 미래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선말 흥선대원군이 150년 전의 세계정세에 대하여 또 다른 시각으로 판단을 하였다면, 아마도 대한민국에 일제에 의한 강점 등의 아픈 역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여기서 중단하면 미래에 우리 식탁은 외국회사가 개발하여 금값보다도 비싼 로얄티를 지불하는 농산물이 우리 밥상을 점령할 지도 모른다. 이것이 GMO가 악동이 되어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