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의복에 힘을 주는 색 이미지



<전주기전대학 겸임교수·홍정화규방아트 대표 홍정화>

얼마 전 치러진 장미대선을 보면서 각 정당을 대표하는 색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색은 각 정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파랑색을 자유한국당은 빨강색을 당의 상징색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보수적인 공화당이 붉은색, 진보적 민주당이 파랑색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와 비슷한 정서로 보인다. 이처럼 색은 시각적으로 보는 이에게 다양한 감정과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 오감 중에서 87%가 시각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정도로 색이 주는 심리적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색의 상징성을 이해하고 색이 가지는 여러 가지 영향력을 이해한다면 의복을 선택함에 있어서 의복의 색이 자신을 표현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몇 가지 색에 대한 이미지를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지아니 베르사체(Gianni Versace)가 “색상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고 부조리하다. 색상은 착용자는 물론 보는 사람에게까지 빛을 던져주고 활기를 되찾아주며 정신을 고양시키고 기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듯이, 색은 창의성을 고양시키고 육감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며 어떤 색은 업무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색상에 의존하게 되기도 한다.

어느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색이 주도한 경우도 있다. 1960년대 영국의 카나비 스트리트(Carnaby Street)에는 사이키델릭(Psychedelic, 환각상태)한 색상들이 유행하였고, 또한 이 시대는 생생한 컬러감으로 기억되는 시대로 메리퀀트(Mary Quant)는 미니스커트와 함께 플라스틱 오렌지(Plastic Orange)라는 다양한 색감의 오렌지 컬러를 유행시켰다. 1980년대는 보수와 번영의 시대로 검정과 ‘낸시 레이건’이 사랑한 빨강이 대세를 이루었다. 이는 섹스와 권력을 상징하는 빨강과 검정이 경제의 번영과 맞물려 전성기를 이룬 것이다.

 
검정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검정색을 선택하면 보통은 ‘반은 성공했다’, ‘무난하다’라고 이야기 한다. 이는 검은색이 신체의 볼륨을 살려주고 여성의 곡선미에 명암을 주기도 하며 사소한 결함은 가려주고 몸매를 날씬하게 안색은 더욱 밝고 건강하게 보이도록 해주는 색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검은색이 사람을 보이지 않게 만들 수도 있고 뻣뻣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엄격한 느낌을, 때로는 얼굴색이 맞지 않으면 초라한 느낌까지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빨강은 에로틱한 힘을 가진 색으로 체온을 상승시키고 호르몬의 연쇄반응을 촉진시키며 심장박동과 호흡까지 빨라지게 한다. 일반적으로 빨간 옷을 입은 여성들은 유혹적이며 역동적이고 장난스러운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또한 지배의 색으로 숨겨진 의미는 없고 오직 열정과 권위만이 부각되는 색이다. 빨간색 옷을 입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빨간색이 지나친 관심을 유발하므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최악의 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백색의 옷을 즐겨 입는 민족”이라고 해서 스스로 백의민족이라 부르게 되었고 백색의 선호사상은 우리 문화 속에 깊이 뿌리 내려왔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흰 옷을 의도적으로 입으려 했다 라기 보다는 의복의 재료가 되는 면이나 마와 같은 천연소재를 염색하지 않은 자연 상태, 즉 소색(素色, 흰빛)그대로 입는 것을 즐겼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흰색은 평화, 청결, 순수, 정숙 등을 상징하는 색으로 예복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며 심플함과 세련미를 준다. 웨딩드레스는 흰색이라는 공식이 깨지지 않는 이유가 흰색이 주는 상징적 효과 때문이라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또한 흰색은 높은 위상을 상징하기도 하여 새하얀 옷을 입은 여성 혹은 남성들이 힘든 노동으로부터 자신의 옷을 망가지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흰색은 우리나라에서 상복을 상징하기도 하여 비애의 색, 연약한 순결미를 표현하기도 한다.

파랑색은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색으로 신뢰와 의지, 존경의 색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회적 지위, 안정성, 위엄 등을 암시하므로 자신감을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파랑색은 또한 정열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시신경을 통해 우리 뇌에 11가지의 진정 작용 호르몬을 분비한다고 한다. 넓고 시원한 바다를 보면 긴장감이 풀리는 기분이 드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자주색 혹은 보라색은 꿈과 영혼을 상징하는 색이다. 예술가나 철학자들이 이 색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주색이나 보라색의 옷을 입으면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들에게도 내적인 열정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보라색을 좋아하면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색의 상징성에서 비롯된 잘못된 편견이다. 오히려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단히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며 영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한다.

19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150명의 평균 수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일반인보다 20년 이상 오래 살았다는 결과가 있다. 이유는 그들이 창작활동을 통해 많은 색을 보았기 때문에 장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로 남성보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높은 이유도 여성들이 색깔을 더 많이 접하고 주변에 감정 표현을 더 잘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색깔을 많이 접하고 감정표현을 많이 하는 아동들이 정신적, 심리적으로 건강하다고 한다.

 
색은 의복에서 그 어떤 요소보다도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극하거나 억누르는 힘, 가까이 끌어당기거나 멀리 내치는 힘 등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몇 초가 지나기 전에 이미 상대방의 의복에서 ‘색의 언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옷을 고를 때는 상황에 따라 그 색상이 자기 자신에 어떤 기분을 일으키는지 또 자기 자신의 이미지가 색으로 인해 어떤 모습으로 보여 지는지 등 보는 이들의 무의식 속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