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보건소장 노창환>
어느덧 무더위가 찾아왔다. 오늘 대구지방은 한낮 기온이 35℃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의 여름은 무덥고 비가 적어 심각한 가뭄이 예상된다고 한다. 지자체별로 폭염과 가뭄 피해에 신속 대처하기 위해 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벌써부터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내일이면 6월이다. 꽃비가 내리던 계절, 연둣빛 일렁이는 봄날은 그렇게 금방 가버린 것 같다. 가정의 달 5월을 너무 빨리 보내버린 서운한 마음과 함께 시골 농촌의 노인들을 보면서 잠시 소회(所懷)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5월은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하여 많은 기념일과 국경일이 있다. 특히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어 가정의 달이라 부르는 것 같다. 올해는 어린이날이 금요일로 목요일 휴가를 낸 직장인들은 닷새간 푹 쉬었다고 한다. 어떤 직장인은 각종 기념일로 챙겨야 될 것이 많은데 돈이 없어 잔인한 달이라고도 한다.
얼마 전에 고창 문화의 전당에서는 연극 “동치미”가 공연되었다. 무뚝뚝하지만 가족밖에 모르는 아버지, 자신이 가진 것 이상으로 다 내어주는 어머니, 철없어 보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삼남매의 생활상을 그린 작품이었다.
부유한 집안으로 시집을 간 큰 딸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결혼 당시의 혼수문제로 부모와는 섭섭함과 원망으로 불편한 관계이다. 아들은 집을 담보로 사업을 벌이다가 실패해 기러기 아빠가 된 신세, 막내딸은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배우의 꿈을 갖고 대학로를 배회하며 자취생활을 한다.
거동이 불편한 퇴직 공무원 남편을 아무런 불평 없이 10년간 간호하며 뒷바라지한 부인이 병원 치료를 받으러 가다가 길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져 사망하게 된다. 그리고 부인의 삼우재가 있던 날 남편도 홀연히 죽게 되어 삼남매가 6일 만에 고아가 되었다는 것이 극의 줄거리이다. 어느 노(老) 시인의 실화를 모티브로 하였다고 한다.
아버지 역할로 나온 배우 김진태씨가 “너희들 꿩먹고 알먹고가 어디서 나온 말인지 아냐”라며 어미꿩의 자식사랑을 말할 때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흘렀다. 곰삭은 부정(父情)과 눌러 담은 부정(夫情)이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것 같았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부모님들의 자식사랑은 끝이 없나 보다. 부모에게서 받은 정의 절반만 보답할 줄 알아도 그 자식은 효자(孝子)소리를 듣는다고 부른다.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고자 나라에서는 어버이날을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어린이날은 공휴일로 쉬면서 어버이날은 기념일로만 운영하고 있다.
요즈음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최고의 대접을 받으면서 자라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이들은 금전적으로 부족함 없이 잘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고도 노인병원이나 요양원에 누워 계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이제는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된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그날이 휴일로 지정되어도 효도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공휴일 지정은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바쁘고 복잡한 세상일 모두 잊고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를 생각해보면서 반가움과 고마움이 교차되는 그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학창시설 한문시간에 배운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樹欲靜而風不止/子欲養而親不待(수욕정이풍부지/자욕양이친부대) 나무가 고요히 있고자 해도 바람이 그냥 두지 않고, 자식이 봉양코자 해도 어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풍수지탄[風樹之歎]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훌륭한 부모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행을 다하지 못하는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때를 놓치는 자식이 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