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농학박사 이명철>
생물다양성협약(’93.12) 및 FAO 식량농업식물유전자원 국제조약(’04.6)의 발효로 유전자원 주권, 농부권, 지적재산권, 품종 육성권 등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이익공유 체계가 구체화 되고 있어, 소리 없는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다. 종자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다. ‘총성 없는 종자전쟁’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말 그대로 종자 확보를 위한 각 나라들의 각축전이 총만 들지 않았을 뿐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이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각국은 자신들의 유전자원을 지키고, 확보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
이렇듯 유전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 때, 그동안 주곡작물에 밀려 도외시하였던 중요한 자산 중의 하나인 잡곡이 있다. 잡곡은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주 영양소인 전분, 단백질, 지방과 무기원소 또는 생리활성물질 등이 기본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잡곡은 우리의 주식이었던 전분작물인 쌀이나 보리, 감자, 고구마 등에 부족한 단백질, 지질, 무기질 그리고 생리활성을 보완하는 곡식으로 평가된다.
전통잡곡의 생산과 이용은 현재 국내농업의 문제점인 주곡 중심의 농산물생산에서 재래잡곡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로 농업인과 귀농인에게는 소득원을 다양화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농촌의 경관을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균형 있는 식단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는 농촌이 생명과 환경,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꿈이 있는 곳으로 거듭 날 수 있는 미래의 주거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요법에 의하면 조는 젖을 잘 나오게 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고, 조혈효과가 있어 산후회복에 좋고 베타알라닌, 베타카로틴, 비타민 B군이 함유되어 있어 욕창치료, 불면증, 폐병 등의 치료약으로 쓰이며, 항산화물질이 함유되어 세포의 산화를 억제하여 장기와 피부를 젊어지게 하며 한의학적으로는 위열, 소갈, 이뇨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산후 조리 뿐만 아니라 여성, 성장기의 어린이에 좋은 식품으로 생각된다. 동의보감에 수수는 맛이 달고 깔깔하여 성질이 따뜻하여 속을 따듯하게 할 수 있고, 장 기능을 조절하여 설사를 멈추게 하며 갑자기 배가 아프면서 심한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성 식중독, 급성 위장염 등을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의학에서 수수는 위장보온, 소화촉진, 신진대사 촉진, 약물해독의 작용을 한다고 한다. 주곡작물에 부족한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함유, 성인병 예방 및 항당뇨·항암·항염 효과, 돌연변이 억제효과가 있어 향후 건강기능성식품과 의약품소재개발 분야 등 고부가가치 신 성장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자원이 바로 이들 조, 수수 등 잡곡 종자들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그동안 재배면적 축소로 농가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재래잡곡의 복원을 위해 조, 수수, 기장 등 150여 품종의 생태형과 여러 가지 농업적 특성 등에 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재래조의 기상생태형을 밝혀 지역별 작부체계에 도입할 수 있도록 품종군(品種群)을 분류하여 영농에 활용하는 등 조기실용화에 힘쓰고 있다. 이들 자원 등은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수집된 확실한 토종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또한 아밀로스 함량의 변이 폭이 큰 것으로 조사되어 떡, 과자, 술 등 다양한 가공식품 식재료로서의 이용 가능성도 높다. 이들은 금후 기능성물질 탐색 등을 통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원료곡(原料穀)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토종종자는 그 특성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국가자원화 하여 생명공학적 연구재료, 신품종 육성, 식·의약 신소재개발로 널리 활용 될 수 있도록 그 이용성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