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소방서장 김봉춘>
‘소방관 GO 챌린지’, 일명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으로 소방관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국가직 전환을 응원하는 릴레이 캠페인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서며 시작된 이 캠페인은 박주민 의원, 표창원 의원, 주진우 기자, 가수 이승환, 배우 정우성, 배우 류준열, 배우 유지태씨 등이 참여하면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다.
배우 류준열은 “제가 이렇게 하얀 밀가루를 뒤집어 쓴 이유는 소방관분들이 현장에서 화염과 잿더미 속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해서 간접적으로 체험해 본 것이다. 이 캠페인을 보고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며칠 전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고창소방서에 서울 중앙방송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소방서에 근무하고 있는 부부소방관 7쌍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와 관련된 보도를 보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한명의 소방관도 힘든데 부부가 또는 가족이 소방관이라면 어떠한 힘든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열악한 근무여건이 무엇이고 이를 해소하려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 제도적 개선사항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등과 소방청의 독립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필자는 대도시 소방서와 중앙부처에서 소방공무원으로 30년 이상 근무를 하였고, 소방관의 눈물을 남달리 가슴에 안고 생활하고 있다. 소방관의 눈물은 일이 힘들고, 최첨단의 장비만을 고수하고, 보수를 더 받고자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소방관의 기도’에서 나온 문구처럼 구조를 기다리는 노인의 가냘픈 외침에 좀 더 일찍 좀 더 가까이 가지 못한 현실의 장벽 앞에 흘리는 자책의 눈물 그 이상 이하도 아닐 것이다.
우리 119는 육상의 재난현장 통제관으로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소방조직은 각 시도 및 시·군·구, 읍면동까지 지역불문 체계화된 조직과 고도로 훈련된 인적구성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119라는 대표적 재난신고통신망을 운영하고 있다. 즉 재난관리에 있어서 유일하게 24시간 365일을 쉼 없이 조직체계를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공무원은 약 5만 여명으로 경찰공무원 다음으로 많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소방조직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된 조직체계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중 지방직이 98% 이상의 기이한 신분체계를 가지고 있다. 제복공무원 중 유일하게 지방직과 국가직으로 이원적인 구성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인적구성원을 가진 소방조직이 42년 만에 독립된 소방청으로 출범하게 된다면,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뜨거운 화염에 맞서고 로프 한 줄에 몸을 의지해 생명을 구하고 화재를 진압하는데 묵묵히 우리의 업무를 수행한 결과 주어진 귀하고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소방청의 독립은 소방의 독립된 지위확보 필요성과 재난관리체계에 대한 정확한 문제를 진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3년 전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때처럼 지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 재난·재해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휘권 문제나 인력, 장비 배치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사례가 종종 벌어지고 있다. 마우나 리조트는 울산에서 가장 가깝지만, 경북소방본부 관내이기 때문에 현장대응능력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특히 관할이 달라 시도 응원협정을 요청하고, 비용부담측면 뿐만 아니라, 소속이 달라서 누구의 지휘를 받고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서, 협업체계가 이루어줘야 할 대형재난에서 지휘권 문제에 따라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부분이 있다. 재난사고의 현장대응 업무를 맡고 있는 소방조직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확립,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천차만별로 차이 나는 119서비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목표이기도 하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안전에 있어서 자기가 사는 곳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똑같은 기준으로 보호받아야한다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난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국민에게 우리 소방관이야말로 바로 국가 그 자체”라며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하반기 소방관을 추가 채용하겠다” 고 밝혔다. 문대통령은 후보시절 10대 공약사항으로 청와대중심 재난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국민안전처소속인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를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으로 독립기구화하기로 공약했었다. 이제는 취임 후 공약사항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이고 추상적이었던 헌법 제34조의 의미를 살려내기 위해 국가가 직접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재난안전 조직을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리자는 것이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난안전조직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긴급한 상황에서 달려가도 여건이 여의치 않아 골든타임을 놓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때 찾아오는 자괴감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부분에서 만큼은 어떠한 이유로든 양극화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