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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중독 2



<의학박사·임기영성형외과원장 임기영>

성형중독의 자가진단

성형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아 정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자신의 모습에 대한 정체성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니 쉽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비교하려 한다. 이러다 보니 단순한 외모불만에서 시작된 주체할 수 없는 성형욕구를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형중독 현상이 심한지 자가진단을 해보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성형횟수가 4~5회를 넘어가면 요주의 대상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던가? 성형으로 자꾸 시도해서 효과를 보려는 성향이 높을수록 중독에 빠지기도 쉽다. 1~2번 성형한 것은 대단한 것 같이 느껴지지만 7~8번으로 넘어가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보통이다.

또 다음의 성형계획이 없으면 불안해한다거나, 항시 다른 모습으로 바꾸고 싶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경우도 성형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온 일상이 성형에 대한 관심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도 위험하다. 7개 이상의 성형 커뮤니티에 가입이 돼있거나 하루 2시간 이상 성형정보를 찾는데 소모하는 것도 경계 대상이다. 또 성형이 불행했던 과거를 깨끗이 치유할 수 있다고 믿거나, 수술만 하면 바로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를 하는 거도 위험하다. 지금까지의 내용에 해당되는 것이 3개 이상이 넘는다면 스스로 성형중독을 의심해보자.

왜 현대에는 성형중독이 늘 수밖에 없나?

성형중독에 빠지는 이면에는 먼저 치열한 경쟁사회에 앞서 가겠다는 경쟁적 사회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외모 경쟁력이 중시되는 시대. 성형을 통해 어느 정도 예뻐졌는데 주변의 미모는 어느새 올라가 버렸다. 세상에 대한 내 외모 약발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는 시점에는 갈등이 생긴다. “더 예뻐져야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어”  한마디로 생존의 심리학이다. 경쟁과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성형을 갈구하다 보면 성형중독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성형의 대중화도 성형중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년 전만해도 성형중독의 문제를 극히 찾아보기 힘들었다. 성형의 제반기술이 발달하고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그 유혹의 강도는 커졌다. 보톡스, 필러 등의 시술의 발달은 성형을 아주 간편히 접근하게 만들었다. 부담이 큰 수술도 아니니 손쉬운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해야 하나. ‘이 정도는 성형도 아냐!’ 하는 의식은 성형을 쇼핑처럼 소비하게 했다.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국내 성형기술도 성형중독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 엄청 힘든 성형수술들이 최근에는 아주 안심할 수 있을뿐더러 결과마저 좋다. 이 맛을 보기 시작한 수요자들은 스스로를 충족시키기 위해 용감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형화되고 분업화된 병원시스템의 변화는 한꺼번에 여러 부위를 소화해 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병원마케팅도 이런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고객유치에 뛰어들게 된다. 치열한 시장경쟁에 가격은 자연히 낮아지고 고객들은 숨겨두었던 또 다른 욕심을 내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성형중독은 아름다움에 대한 과다한 욕망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성형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나치면 오히려 아니한 만 못한 성형. 어떻게 하며 사람들은 성형중독에 빠지지 않고 자신에 맞는 최적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 첫째로는 성형 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 성형이 환상이 아닌 현실의 영역인 만큼 외모 고민의 모든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 성형이 아무리 놀랍게 발전했다고 해도 객관적인 기준을 토대로 예뻐진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예뻐질 수 있는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이를 무시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성형은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음으로 자아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내 얼굴과 신체는 부정의 대상이 아닌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다. 끊임없는 자기부정으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얼마나 고달픈가? 나를 잃어가는 성형이 아니라 나를 찾는 성형이 더욱 값진 법. 자아의 정체성이란 토대 위에서 당신이 꽃을 피울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게 빛나는 법니다. 조금 부족하고 아쉬운 결과를 가져다준 성형에 대해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 결과가 미흡함은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과 욕심일 수 있다. 이를 아예 부정하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욕심에 성형에 집착하면 오히려 악순환이 계속 될 가능성이 크다.

인생에도 운명적인 일이 많듯, 성형도 운명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변화된 삶을 준비하는 것도 성형이후 심리회복의 중요한 부분이다.

아름다워지기 위한 결심이 종래에 성형중독에까지 이른다면 대단히 슬픈 일이다. 성형은 소중한 나 자신의 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내 밑에서 서포터로서 존재할 때 가장 값지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진정으로 나를 소중히 하는 마음이 전제될 때 성형을 ‘독’이 아닌 ‘약’으로 진정한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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