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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自律形 私立 高等學校)



<시민감사 옴부즈만·공학박사 류정수>

예전에는 학생들이 돈을 내서 선생님들의 인건비를 충당하던 것을 1980년대 후반부터 사립학교든 공립학교든 상관없이 중·고등학교 교사인건비를 100% 국가가 지원하였다. 그러다 보니 교육재정이 부담스러워졌고, 이를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이명박 정권에서 교사들의 인건비를 국가에서 지원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부담하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를 만들었다. 1년에 예산을 30억 원 정도 지원하는 사립 고등학교 100개를 자율형 고등학교로 전환하여, 매년 3,000억 원을 절약해 이를 농어촌학교에 1억 원씩 3000개 학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경제논리도 첨부되었다. 그래서 작은 학교가 아닌 학생이 많은 대형고등학교를 선택하는 바람에, 교육의 다양성보다는 고교 평준화의 근간을 흔들었고, 일반계 고등학교를 무력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빈부 격차를 드러나게 했다.

자사고 설치를 반대한 일부 진보교육감들은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야기 시키고 있고, 새로운 대통령은 선거기간에 자사고 뿐만 아니라 외국어 고등학교(외고)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말하면서도 앞의 정권은 만들고, 뒤에 들어선 정권은 폐지하는 것이 백성의 눈에는 한(漢)나라 때 조령모개(朝令暮改)식 법령과 비슷해 보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형들과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폐지하는 것이 상책이 아니라 스스로 없어질 수밖에 없도록 공교육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관련이 없는 얘기인 것 같지만, 이명박 정권은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4대강 사업은, 유입되는 골짜기의 물과 시냇물을 깨끗하게 만들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기본을 무시하고 하천에 보(堡)를 건설해 유속을 느리게 함으로써 수질을 더욱 나쁘게 만들었다. 현 정부에서는 수질개선을 위해 이미 건설된 수리시설물들을 철거하자고 한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사람들의 과오는 분명하므로 논외로 하고, 4대강 보의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진의가 수질에 대한 염려인지, 아니면 자기와 주장을 달리한 사람들이 미워서 몽땅 부셔버리자는 것인지 그 속내를 잘 모르겠다.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시설물을 파괴하기보다는 상류에 있는 공장의 오·폐수, 가축 분뇨, 친환경 농산물재배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사고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자사고의 본질은 교육의 다양성이다. 이를 무시하고 전부 일반화한다면 그 또한 자사고를 만든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자사고와 외고를 없애면 일반계 고등학교의 공교육이 약간 활성화될지 모르겠지만 작금의 교육정책의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류대나 의약분야와 같이 선호하는 전공은 내신이 절대 필요하고, 내신은 선행학습을 한 학생이 하지 않은 학생보다 유리하고, 선행학습은 학원이나 과외 등을 통한 사교육을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류대학을 진학해야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가 쉽고, 좋은 직장을 다녀야 결혼과 주거,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사교육의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자사고를 취소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것보다는 일반학교에 대한 지원과 대책을 강구하여 자사고를 능가하는 교육정책을 펼친다면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자사고를 선택하는 학부형은 줄어들 것이다. 또한 자사고의 입학전형을 보완하면 자사고를 가지 않게 된다. 교육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경제논리로 접근해 자사고를 만든 사람들, 그것을 전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보론자들, 모두가 한 쪽으로 치우친 사람들이다. 입으로는 국민을 위하는 척 하면서 궁극적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이나 자기주장을 관철시키고 싶은 이기심이 아니라면, 백년대계를 위하여 여와 야, 진보와 보수, 네 편과 내 편,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내일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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