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기전대학 겸임교수·홍정화규방아트 대표 홍정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기인 20세기 초는 여성복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것은 바로 여성들의 몸을 조이던 코르셋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코르셋은 여성복의 실루엣을 더욱 풍만하고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장치로 여성성을 표현하는데 주로 사용되던 것이었다. 다시 말해 코르셋은 허리를 가늘게 조여서 가슴과 엉덩이를 풍만하게 보이도록 하는 속옷의 일종이다. 따라서 코르셋을 입고 그 위에 여성의 드레스를 착용하면 누구나가 그 시대에 원하는 여성상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고대 이후 중세를 거쳐 근세, 근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애용되었다. 그러나 제 2차 세계대전(1939-1945)을 기점으로 현대패션은 그 이전의 시대와는 본격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여성 스커트의 폭이 슬림해지고 길이는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커트의 길이가 짧아져 발목이 보이고 급기야 종아리까지 보이는 정도에 이르게 된다.
여성들의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전쟁 후 여성들의 사회참여 확대에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에 따라 패션에서는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스타일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후의 의복은 물자전략이라는 미명아래 여성복을 제복화시켜 버렸다. 각진 어깨에 남성복의 재킷과 같은 스타일의 옷을 짧은 스커트와 함께 입는 밀리터리 룩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여성들의 패션은 제복스타일에서 좀 더 여성성을 찾고자 했으며 패션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옷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1940년대 후반 크리스찬 디올이 선사한 뉴룩(New Look)이라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여성의 라인을 살려주는 옷들이 매 시즌별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1960년대는 기술적 변혁기로 경제발전의 가속화와 더불어 산업의 발달로 경제적 호황을 누리던 시기로 각 가정의 수입이 늘고 사회적으로는 중류층이 늘어났다. 높아진 경제수준은 중류층이 유행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이에 필요한 의복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패션은 베이비붐 세대인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 유행이 확산되어 갔다. 당시 예술사조인 미니멀리즘(minimalism, 장식적인 요소를 일체 배제하고 표현을 아주 적게 하는 문화예술 기법이나 양식)은 메리 퀀트(Mary Quant)에 의해 미니스커트, 핫팬츠, 시스루룩(see-throug. 비치는 옷) 등으로 에로틱하게 표현되었고 사회 윤리적인 문제로까지 번져나갔지만 누구도 이 유행을 막지는 못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성복의 가장 큰 특징은 팬츠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전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팬츠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고, 여성들에게 있어서 바지라고 하면 운동복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상복의 의미를 가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되는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전문직 등으로 활발하게 사회진출을 하게 됨으로써 여성복에 팬츠를 등장하게 하는 양상을 초래하게 된다. 1970년대 이브생 로랑에 의해 소개된 여성 팬츠는 여성들의 팬츠 유행에 전성기를 맞이하게 했으며 오늘날 여성들의 비즈니스 수트 뿐 아니라 평상복으로도 자리매김 하도록 하게 하였다. 이와 더불어 패션에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없이 착용하는 유니섹스룩을 등장시켰고, 이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배경 아래 앤드로지너스룩(양성공유의 의미로 여장 남성, 남장 여성 등으로 표현됨)으로 발전된다. 따라서 여성복에 있어서 팬츠의 등장은 옷으로써 남녀가 평등해졌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시대적 양상을 보여준다.
“옷을 초라하게 입으면 사람들은 옷을 주시한다. 그런데 옷을 멋지게 입으면 사람들은 옷을 입은 사람을 주시한다.”라고 샤넬이 말했다. 영화 <워킹걸>에서 나오는 대사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스타일이 강조되는 시대에서는 직장생활에서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이 단순히 미적인 충족의 차원을 벗어나 일종의 중요한 업무 능력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여성 파워를 강조하던 80년대 여성들은 여권신장이라는 말과 함께 팬츠 슈트까지 등장하게 만들었으며, 이 팬츠는 여성파워 드레싱으로 오늘날까지 여성들의 비즈니스 웨어에 다양한 스타일로 유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