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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먹고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박여범>

방과후 수업이 있는 날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다. 무학년제로 아이들의 창작능력을 찾아주기 위한 수업이다. 내가 운영하는 교과목은 <웹소설창작반>이다. 2013년 방과후 수업부터 개설되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했다.

웹소설은 ‘온라인소설’, ‘사이버소설’과 함께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 위키백과(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에는 ‘온라인소설은 인터넷이나 PC 통신에서 공개되는 소설이다. 인터넷소설, 웹소설, 사이버소설 등으로 불린다. 인기작가의 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일반적으로 무료로 볼 수 있다. 온라인 소설을 쓰는 작가를 인터넷 작가라고 부른다.’로 정의하고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노트북을 사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특수성으로 아이들의 관심이 대박이었다. 정말 글을 쓰고 싶은 친구들, 그냥 한 번 해볼까 얼굴을 내미는 녀석들, 몰래 몰래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자 웹소설에 수강신청을 하는 등 이유가 다양하다.

1차고사가 마무리되면, 아이들에게 방과 후 특별행사로 컵라면을 나눠 먹는 시간을 가진다. 그런데 수강신청만 하고 매주 빠지는 아주 귀여운 녀석들이 있다. 수강신청을 취소하라는 권고에도 계속 머물렀던 이유가 ‘컵라면’이다.  

검색하고

읽고

머리를 쥐어짜고

써 내려가고, 때론 썼던 글 백지로 만들고

방과후 웹소설창작반

8,9교시 수업

화, 목요일

근디

컵라면 먹는 어느 날

신청만 하고 보이지 않던 녀석

어디서

소문 들었는지

후다닥 자리 잡고 이리저리 부산하다

9교시 시작

책상 위 노트북 그대로

녀석은 술래잡기 하고

칠판에 그려진 그림

목요일도 컵라면이다

알았제 컵라면         

           (민초 박여범)

분명한 것은 ‘컵라면’이다. ‘컵라면’ 하나를 먹자고, 수강신청 취소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화장실 가는 것처럼 수업을 빠진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슈퍼에서 하나 사 먹으면 맛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렇게 ‘컵라면’으로 녀석은 화요일 8교시에 반가운 얼굴을 보여주었다. 어색하게 노트북에 무엇인가를 당차게 써 내려가고 있다.

‘컵라면’의 추억은 8교시면 충분했나 보다. 9교시 수업에 들어가 녀석에게 눈길을 돌렸다. 역시나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노트북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책상은 너무나 깨끗했다. 가방을 챙겨 또다시 학교 주변으로 유유히 걸어 나간 것이다.

칠판에 이런 글씨가 그려져 있다. ‘목요일도 컵라면’이다. 분명 녀석이 남기고 간 흔적이다. 장난기가 발동한다. 녀석의 그림 아래에 댓글을 써 본다.

‘알았제 컵라면, 목요일에 만나요, 사랑해요, 허벌나게 맛나요, 컵라면, 나의 사랑 컵라면’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다. 컵라면 하나로 허벌나게 행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흔하디 흔한 컵라면 하나가 녀석이 날 웃게 만들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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