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대학교 간호학과교수 공은숙>
응? 왜 안 열리지? 이 번호가 맞는데... 번호를 잘못 눌렀나? 아닌데... 다시 눌러봐야지. 빠르게 익숙한 번호를 평소처럼 누른다. 그런데 번호가 오류라고 뜬다. 엉? 나는 다시 번호를 천천히 눌러본다. 숫자 하나씩 꾹꾹 눌러 확인하면서. 이제는 열리겠지? 그런데 다시 오류라는 메시지가 뜬다. 뭐야 번호가 바뀌었나? 인내심을 갖고 짜증나는 맘을 달래며 다시 천천히 숫자들을 누른다.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문이 안 열린다. 참 이상하네? 짜증이라기보다는 당혹감으로 경비실에 도움을 청한다.
신나고 즐거운 여행에서 돌아와 아파트에 들어가는 문을 열지 못한 최근의 황당한 경험을 나는 여러 번 되새기곤 한다. 60고개를 넘으면서 다른 친구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아파트 문의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것은 다반사로 나타나는 이야기이고, 전화기를 냉장고에 넣어 둔 것을 나중에 알았다거나, 가방을 메고서 가방을 찾는다거나,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무엇을 꺼내야 하는지 생각나지 않거나, 심하게는 은행현금기계에서 돈을 인출하고 그대로 카드만 꺼내서 집에 돌아온 후에야 돈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알고 당황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꼬리를 문다. 처음에는 에피소드가 나올 때마다 서로 얼굴을 보며 박장대소를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쪽에는 뭔가 모를 씁쓸한 느낌에 젖어든다. 혹시 나의 뇌가 망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닐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영어의 치매(Dementia)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정신이 없어져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치매는 뇌기능장애로 만성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되는데, 기억력, 사고력, 방향감각, 이해력, 계산능력, 학습능력, 언어 및 판단력 등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장애를 말한다. 즉 치매는 성인이 된 후에 생기는 지능장애이며, 점차 자신이 계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일들을 할 수 없게 되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게 된다. 정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인생이 크게 망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 모르고 있다.
치매는 뇌의 기능에 지장을 주는 나쁜 습관을 절제하고 뇌의 기능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열심히 하면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첫째, 약물섭취를 가능하면 줄여야 한다. 약은 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꼭 필요한 약 외에는 안 먹는 것이 좋다. 둘째, 일상생활에서도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활기차게 살아야 뇌의 기능이 활성화된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만나며, 운동이나 취미생활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영양섭취도 잘해야 한다. 셋째, 우울감 등 부정적 생각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우울은 의욕 감퇴, 집중력 저하, 정신운동 속도의 저하 등을 동반하여 인지기능을 떨어트리고 가성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넷째, 당뇨병, 고혈압, 갑상선기능 저하증 등을 매일 잘 조절해야 한다. 다섯째, 머리의 외상을 피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가볍게 부딪쳐도 혈종을 형성하고 매우 서서히 진행되므로 인지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여섯째, 성병이나 기타 감염질환을 예방해야 한다. 노화에 따라 체내 면역력이 저하되어 각종 감염증이 나타나며, 뇌손상으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위생청결에 유의해야 한다. 일곱째, 술과 담배가 뇌에 영향을 미치므로 줄이거나 금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일기쓰기나 신문읽기나 퀴즈풀기나 독서 등의 지적인 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뇌의 지적기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날마다 즐겁게 지적(知的)으로 생활하는 것이 치매예방의 지름길이다. 또한 치매가 없어야 죽을 때까지 행복한 생활을 해나가지 않을까? 건강한 일상생활은 치매보험보다 더 든든하게 우리 노년기를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