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엄윤상>
오래전 한 군인출신 정치인이 ‘보통사람’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보통사람이 아닌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올 초에는 <보통사람>이라는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었다. 1980년대 격동의 시기를 한 개인사와 접목시켜 그려낸 작품으로, 아버지로서 부성애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선택을 다룬 영화인데, 30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게 변한 것 같지만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한 대한민국의 현재와 그 시절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것 같다.
보통사람들은 보통사람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에서 2017년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은 보통사람의 목소리를 내며, 보통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변호사로서 활동을 하면서 보게 되는 우리의 이웃인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보통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보통사람 1 : 그의 아들은 어려서부터 류마티즘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그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치료를 잘한다는 소문만 들어도 그 곳이 어느 곳에 있든지 찾아가서 치료를 받게 했다. 그렇게 10년 넘는 세월을 아들의 치료를 위해 노력한 결과 아들의 증상은 많이 호전이 되었다.
아들은 어느새 성장하여 군대에 가기 위한 신체검사를 받았다. 그는 아들의 상태가 군대에서 적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군의관에게 아들의 현재 병세와 앞으로 병세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했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현역 판정을 받았다. 그의 아들은 어느 전방부대에 입소했고, 병세는 강직성 척추염으로 발전하여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제대를 3개월 남겨두고 소위 의가사 제대를 했다.
남달리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그는 더욱 악화된 몸으로 돌아온 아들을 국가가 돌봐줄 것으로 생각하여 보훈대상자 신청을 했다. 그러나 그 신청은 기각되었고, 그 기각 결정에 대한 행정심판도 기각되었다. 기왕에 질병이 있는 몸으로 입대해 상태가 악화된 것이므로 입대해서 발병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는 술 한 잔 기울이며 중얼거린다. “병이 있어 입대하기 힘들다고 그렇게 호소했는데, 이제 와서 입대 전에 병세가 있었기 때문에 돌봐줄 수 없다는 게 말이 된단 말이여......”
보통사람 2 : 그녀는 1급 중증 장애인이자 장애인 돌봄 단체의 대표이다. 25년 넘는 기간 동안 오직 사명감으로 장애인 돌봄 일을 해오면서 숫한 좌절감도 겪었지만, 천직으로 생각하며 묵묵히 견뎌왔다. 예전에는 후원금과 자비로 단체를 끌어가야 해서 이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달고 살았지만, 요즘은 자치단체에서 소소하게 지원을 해줘서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 어려움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녀가 경제적 어려움보다 견디기 힘든 순간은 정작 다른 데 있다. 일부 장애인 돌봄 단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나 횡령 등의 범죄가 언론에 보도될 때면 그녀도 함께 죄인이 된 양 머리를 조아리며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할 때는 바로 그때이다.
그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다. 아니, 아직은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심한 지적 장애가 있는 장애인의 어머니가 ‘돌봄 선생님 중 한 명이 자신의 자식을 폭행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그녀에게 찾아와 사과와 피해보상을 요구한 바 있었다. 그녀는 가해자로 지목된 선생님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들었으나, 그 선생님은 ‘폭행은 절대 없었다’고 극구 항변하였다. 그녀는 여러 가지 정황들을 고려해서 선생님의 말을 믿어보기로 하였다.
그러자 장애인 관련 언론에서 악의적인 기사가 났고, 한 장애인단체에서는 자치단체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함과 함께 자치단체에 그녀가 운영하는 단체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민원에 민감한 자치단체는 감사를 시작했다. 경찰의 수사도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그녀는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일로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당장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