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농학박사 박태일>
「농림수산식품부」의 부처명이 지난 정부에서 「농림축산식품부」로 바뀌었다. 농업부문에서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일인당 육류 소비량이 45.1kg이니 쌀 62.9kg과 견주어 볼 때 그럴만하다. 하지만 고기를 얻기 위한 농후사료 원료곡은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는 각각 13kg, 6.5kg, 2.6kg의 곡물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섬유질 사료생산에 한하여 소견을 언급하여 본다.
국내 조사료 생산기반은 논, 밭, 초지, 그리고 농업 부산물이다. 초지는 고정적이고 거의 불변하므로 제외하고, 농업농산물인 볏짚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조사료 소요량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조사료 부족에 따른 대체물에 불과하여 제외하면 양질조사료 생산은 논과 밭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밭은 축산농가, 특히 젖소사양농가는 대부분 자가 이용하고, 경종농가가 밭에서 생산하여 유통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경종 또는 축산농가가 조사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논은 여름에는 주식인 쌀을 생산해야하기 때문에 여름에 조사료를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쌀 잉여로 생산조정면적에 조사료 재배를 장려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나 재배기술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최적의 선택은 겨울철 논을 이용하여 부족한 조사료를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하여 몇 가지를 제시하여 본다.
첫째, 논을 이용한 작부체계는 「벼+맥류」가 전형적인 재배법이다. 여름에는 쌀, 겨울은 보리, 협소한 경지면적에서 연중 식량생산을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보리소비 감소와 정부수매중단으로 지금은 식용보리 생산면적은 밀을 포함 5만 ha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겨울철 유휴지 논 면적의 삼분지 일, 약 25만ha에 사료맥류가 재배되면 국내 조사료 문제는 해결된다.
둘째, 사료맥류는 작목이 다양하다, 조사료 전용 보리, 밀, 트리티케일, 호밀, 귀리 등 동물의 선호도에 맞추어 우수한 품종도 많이 개발되어 있다. 이들 작목들의 품종과 벼의 숙기에 따른 품종을 선택하여 조합하면 국내 조사료생산이 불가능한 지역은 없다. 특히 식량작물은 종자생산 공급이 자유롭다. 대부분의 사료작물은 종자를 도입하여 재배하기 때문에 공급이 불안정하고 확대하는데 제한적이다.
셋째, 겨울철 논 이용 조사료생산 확대를 위해서는 「들녘경영체」와 「조사료생산 경영체」가 주체가 되어야한다. 논이 단지화되어 있으므로 품종 또는 재배기술의 도입과 관리가 용이하고, 곡물과 조사료생산은 규모화사업으로 해야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부서 간의 협업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넷째, 경제성이다. 이제 주식인 벼도 정부지원 없이는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식량으로써 입지가 취약해졌다. 보리농사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농가의 노령화, 기계화, 규모화, 소비감소로 인한 정부수매 중단 등 여건변화에 따라 복합적 요인이 있지만 경제적인 타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이 필요하다. 최적 작부운영시스템에 대한 성공모델을 제시해야한다.
다섯째, 식량작물의 사료화는 어느 정도 곡물을 대체할 수 있다. 생산기반이 충분하고 기술적으로 달리 할 수 있는데도 기존의 관성대로 움직이는 것이 문제다. 생산자인 경종농가는 판로가 막히고, 소비자는 국내산 공급이 불안정하고 품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원료생산과 함께 용도를 전환하여 소비처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외에도 식량작물의 사료화는 수확과 이용여하에 따라 배합사료의 대체효과가 크다. 탄수화물인 곡류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들을 보완하여 용도에 맞게 적용하면 되는데 이해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이와 더불어 식량작물의 조사료는 용도를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조사료에서 약 2주간만 늦게 수확하면 곡류로의 이용이 가능하다. 이것은 유사시 배합사료로 또는 경우에 따라 식량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제 고기 없는 식단은 생각할 수 없다. 축산업의 입지가 커짐과 함께 곡물자급도 24%가 대변하듯 사료는 제2의 식량으로 부각되었다. 다음 정부에서는 「축산농림식품부」로 바꾸자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국내 곡물생산기반 역량을 선순환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