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전주예총사무국장 양해완>
몇 날 찌푸린 하늘
끝내 싸락눈 흩날리고
지친 숨결 허옇게 얼어붙는
고향 들녘 논두렁에
하얀 눈송이
가슴 아리도록 소복소복 쌓여 있는 길
하얀 새 길
그 위를 걸어가면
환멸이라는 오랜 습관처럼
명치 끝에 시리도록
눈보라 몰아친다
돌아보면
망각으로 하얀 눈 내리고
푸르게 일렁이는 어린 시절 그리움
바람 되어
옛 마음 펄럭인다
(시의 해설)
그리움이란 잡을 수 없으며 잡히지도 않는다. 그리움의 정체를 눈보라로 바람으로 비유하고 있다. 몇 날 찌푸린 하늘에서 끝내 싸락눈 흩날리고 거친 순결 하얗게 얼어붙은 고향 들녘 논두렁이에 하얀 눈송이가 가슴 아리도록 소복소복 쌓여 있는 길, 그 길을 걸어가면 환멸이라는 오랜 습관처럼 명치 끝이 시리도록 눈보라가 몰아친다고 했다.
그리움이 왜 환멸이라는 습관처럼 명치 끝에 시리도록 몰아쳤을까? 환멸은 어떤 기대나 이상, 꿈 등이 깨어질 때 느끼는 실망감이나 허무감을 말한다. 이 시에서는 은유된 그리움을 환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이 망각으로 하얀 눈이 되어 내리고 일렁이는 어린 시절의 바람이 되어 가슴속에 피어오름을 감지한다.
그래서 화자는 그리움에 대해 다 표현하지 못한 우수리를 발견하게 된다. 시의 화자는 건설한 메타포(metaphor)의 세계는 화자가 건설하고자 했던 그리움의 세계에 미치지 못하고 만다. 그리움의 주체가 이것인가 하고 잡아보면 다시 저것으로, 저것인가 하면 다시 그것으로 달아나고 만다. 마치 망각으로 내리는 하얀 눈 처럼 나르시스(Narciesse)의 모습처럼 잡힐 듯 하지만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리움이 지닌 거대한 상상의 세계에 대해 한계를 느낀 화자는 그리움을 환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