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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주권과 직결되는 유전자원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농학박사 이명철>

최근 신문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특허침해에 따른 기업들의 특허소송에 대한 지면을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다. 그 일례로 애플과 삼성 측의 스마트폰 관련 특허 침해소송일 것이다. 이러한 특허분쟁이 일어나면 공격자와 방어자 양측이 특허 등 지식재산권이 침해되었는지가 핵심사안일 것이다. 농업에 있어서 농업유전자원 또한 마찬가지이다. 유전자원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국가 부의 척도라 말하고 싶다. 지금 전 세계는 더 좋고 더 다양한 유전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중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2012년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의 협약이 발효되었기 때문이다. 이 협약이 발효되면 품종보호권이 설정된 품목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비싼 값을 지불하며 종자를 구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하여 이익이 발생할 경우 자원 제공국과 이용국이 공정하게 나누도록 하는 국제협약인 나고야의성서인 국제협약이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됐고 2014년에 발효됐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98번째로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이 돼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

미국의 몬산토와 듀폰, 스위스의 신젠타, 프랑스의 리마, 일본 사카타 등 세계 10대 종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날로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한국의 소규모 종자회사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아무런 준비 없이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미 20년 전에 유전자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1987년에 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만들었다. 자원 보존의 역사를 보면 다른 나라보다 최소 수 십년에서 백년이상 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부지런한 근성으로 남들이 100년에 걸쳐 이루었던 것을 단숨에 따라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 현재 식물유전자원 보유순위를 살펴보면 미국이 51만 2천점으로 가장 많고 2위는 중국으로 39만점, 3위는 인도로 34만점, 4위는 러시아로 32만점, 5위는 일본으로 24만 3천점, 우리나라는 6위로 21만 7천점을 보유하고 있다. 왠지 유전자원 보유수와 국력이 관련 있어 보이지 않는가?

유전자원은 단순히 농업의 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유전자원은 미래의 식량이 되고, 미래의 무기가 되고, 나라의 힘이 될 자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화 된 시대에서 자원을 수집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인도 중국 등 생물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자국의 자원이 유출되는 것을 엄격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종자의 수집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조금 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의 종자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잃어버린 우리나라 토종자원을 반환받고 있다. 2007년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청이  보유하고 있던 한반도 원산자원인 콩, 양파 등 34종 1600여점을 돌려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일본의 농업생물자원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 원산 보리, 콩, 팥 등 32종 1500여점을 돌려받았다. 또한 북한에서 유출돼 독일 식물유전자원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던 배추, 보리, 밀 등 270여종 900여점도  2009년에 돌려받았다. 이렇게 돌려받은 토종자원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사라져서 더 이상 볼 수 없던 자원들이어서 의미가 크다.

농업유전자원의 이용은 신품종 개발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제약회사는 중국의 팔각나무 종자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만들어 27억불을 달성했다. 타미플루처럼 종자에서 신약을 만들어 세상을 변화시킬 종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유전자원을 모으고 연구해야 한다. 지난 100년의 지배자는 유전(油田)이었지만 새로운 100년의 지배자는 유전자원(遺傳資源)이다. 앞으로 유전자원은 국력이며 국가안보의 블루칩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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