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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시대의 미래농업, 차분히 준비하자



4차 산업혁명만큼 최근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도 없다. 디지털과 물리적, 생물학적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기술융합으로 정의 되는 4차 산업혁명은 속도와 범위, 영향력에서 과거의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우리사회는 4차 산업혁명을 산업의 각 영역마다 발전의 기회로 삼을 전략을 수립하는 등 부산함이 시작되었다. 이미 그 시작의 단초를 놓고 있는 산업도 많다. 



농업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농가인구 감소와 노령화 속도 증가, 기상이변과 같은 불안정요인이 커지면서 농업의 지속적 성장이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농촌진흥청의 자료에 의하면 2015년 농가당 농업경영비 비중은 66.6%로 1996년에 비해 30%가 증가한 반면, 농업생산액 증가율은 FTA이전(1992~2003)의 평균 4.0% 증가에 비해  FTA이후(2004~2015)에는 1.9% 성장에 그쳤다. 2015년 생산액은 2014년에 비해 4천억이 감소한 상태이다.



농업소득정체와 농업생산성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대안을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세적 흐름에서 찾자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농업선진국들은 4차 산업의 기회를 농업재도약의 디딤돌로 활용하고 있다. 농업생산, 유통·가공, 농촌생활 등 농업 가치사슬에 있는 모든 유용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농업정보가 새로운 시장이 되는 미래시대를 만들고 있다. 



최근 KT 경영연구소는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출간하며 ‘포용적 성장’의 키워드를 언급하였다. ‘포용적 성장’은 새로운 ICT 혁신기술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신산업을 창출하는 동시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성장과 포용의 선순환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런 포용적 성장의 개념은 농업이 4차 산업기술과의 결합으로 인해 보다 더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융합산업 형태의 신 성장산업으로 탈바꿈해 가는 동시에 타산업과의 소득격차,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 살맛나는 농촌 환경의 조성과 같은 고질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의미로 바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4차 산업기술과 농업이 반드시 선형적 성장관계가 아니라는데 있다. 4차 산업기술과 제품개발 그자체가 복잡한 농업문제를 모두 해결할 만능의 열쇠가 아니다. 4차 산업기술이 부여하는 기회요인을 시너지 효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중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융·복합 할 것인가를 신속히 파악하고 관련기술을 보완 개발하여 농업현장에 자연스럽게 접목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



농업현장의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환경, 기술, 그리고 주체자의 수준 등 여러 요인이 사전에 충분히 점검되지 않으면 첨단기술도 무용지물이 되지 일쑤다. 결국 복잡한 농업문제 만큼이나 그 접근방법 또한 많은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조합되어야 하지만 ‘현장’ ‘현실’ 그리고 ‘사람’ 이 중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현장과 현실은 우리농업이 갖는 구조적 특징을 내포하는 ‘한국형 4차 농산업모델’ 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사람은 이에 적응할 새로운 마인드를 소유한 ‘기술경영인’을 육성하는 것이 될 것이다.   


먼저, ‘한국형 4차 농산업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각 생산 영역별 빅데이터를 활용한 작업효율화, 비용절감기술, 경영노화우 같은 기술들을 축적하여 작지만 강한 우리만의 Agri-digital 모델 개발에 집중해야한다. 고려해야할 요인은 무수히 많다. 우선 우리나라의 농업현장은 규모와 영농형태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규모가 큰 전업농과 중·소형의 생산농가, 평야지와 중산간지, 비닐하우스시설, 유리온실 등 여러 양태의 생산 시스템이 혼재된 구조이다. 다품목 소량생산의 구조 또한 현실이다. 축산 농가 역시 사육규모와 방법에 있어 천차만별이다. 선진국의 대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개발된 기술모델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4차 산업기술과 연계를 위해서는 우리환경의 농산업 현장에서 생산되는 가치 있는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며 가공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 가동은 필수적이다. 공공-민간이 협업하는 네크워크, 플랫폼 기술들이 함께 서로 연계되고 호환될 수 있는 표준화 기반기술을 위한 R&D 지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 안 되는 중요한 시각은 중·소농가들에 대한 배려이다. 4차 산업기술의 현장 접목의 수혜자가 대규모농가에 쏠릴 경우 파생되는 중·소농가와의 양극화, 형평성 논란은 또 다른 문제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모화, 전문화된 농가들을 대상으로 접목 가능한 기술들을 먼저 발굴하고 실증함으로서 목표 지향적 성과를 하나씩 실현해 나가되  중·소농들의 동반성장을 위한 기술적,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포용적 동반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디지털 농업을 주도할 인적자원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과제이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기술과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빠르게 진화하는 현세대의 기술들을 효율적으로 조합하고 연결하여 나가는 기술경영의 안목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제품화된들 기술을 이해하고 알아보며 현장에 적용하는 전문적 사용자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구슬을 꿰어낼 줄 아는 전문 기술경영인, 디지털 농업을 주도할 변화의 주체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거창한 용어가 아니다. 이미 우리 곁에서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4차 산업의 기술들이 일상생활과 어우러져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농업현장에 전 방위적으로 이런 기술들을 모두 도입 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 농업현실에 바탕을 둔 ‘한국형 4차 농산업 모델’개발과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인력양성 등 차분하게 순차적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그래도 늦지 않는다. 시작이 절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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