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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1)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수필가>



어김없이 주일이 찾아왔다. 아니, 나도 모르게 한 주가 훌쩍 지나갔다. 전라도 말로 ‘거시기 허게 지나가’ 버렸다. 참으로 시간이 야속하다. 지난  여름 그렇게도 뜨거웠던 태양은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태양을 바라다보며, 스쳐 지나가며, 짜증을 내며, 소망을 담아낼까? 저마다의 위치에서 태양을 바라보는 마음이 다를 것이다.





조석으로 계절의 변화가 피부로 와 닿는다.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인사이동이 있다. 정년퇴직을 하거나 명예퇴직, 승진하는 등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그동안의 정을 나누지도 못했는데 ‘이별’이라는 단어는 ‘거시기 허게도’ 코앞에 떡하니 서 있다. 





‘거시기 허게’도 태양이란 놈은 눈치가 없다. 자동이다. 자신의 의지는 없는 듯 보인다. 다만, 날마다 어김없이, ‘거시기 허게’ 떠오르는 성실함을 칭찬할만하다. 정말 대단한 놈이다. 그 많은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이 그곳에서 세상을 밝혀주고 있으니 말이다.




 
항상 웃는 너가
활활 타오르는 너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떠오르는 너가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비구름이 찾아와도 너가
사람들이 뜨겁다고 피해도 너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떠오르는 너가
거시기 허게 거시기하다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민초 박여범 ‘태양이란 놈’)




태양은 늘 그 자리에, 그 시간에 우리를 찾아온다. 평생을 함께 하는 올곧은 친구다. 세상을 살면서 ‘태양’ 같은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가족을 만나기도, 직장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기도 쉽지 않다. 태양 같은 꾸준함보다는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친구, 가족, 직장관계가 되기 쉽다.





짧은 인생동안 ‘꿈’이나 ‘미래’도 자주 바뀌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설픈 주변 환경이 우리들의 ‘꿈’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냥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태양이 부러운 지도 모른다. 그 어떤 걸림돌에도 방긋 웃으며 우리를 찾아와주니 말이다.





거시기 허게도, 태양은 어김없이 떠올랐다. 아, 힘이 들겠지만, 세상풍파를 온 몸으로 맞이해보자. 그것만이 태양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들이 될 것이다. 내일의 태양은 다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오늘과 내일의 태양은 같은 듯 같지 않다는 미세한 차이를 말이다.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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