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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


 

공은숙 <예수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간호학 박사 >



웰빙(well-being)!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일상생활의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귀가 따갑도록 우리를 자극하고 유혹했던 말이다. 그런데 이제 웰빙이라는 용어 대신 ‘웰다잉(Well-Dying)’이라는 용어가 강도를 높이면서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사회가 노령화되면서 즐겁게 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즐겁게 죽어가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웰다잉이란 우리는 언젠가 죽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죽음과 죽음 이후까지 미리 고려하며 웰빙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이 가고 싶어 같이..  당신이 좋은 사람인 줄 너무 늦게 알았어.” “더 많이 사랑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살면서 당신이 많은 걸 이끌어 줘서.” 이제 곧 죽을 도모아키와 아직 살날이 많은 그의 아내와 영원한 이별 직전에 이루어진 대화이다. 죽음의 아픔과 따뜻한 이별이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어머니랑 같이 가는 게 좋은데...” “그럼 좋지.” 죽어가는 도모아키와 아직 건강하게 살아 있는 94세인 그의 어머니의 담담한 마지막 대화가 내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해탈한 듯 담담하게 아들의 죽음을 수용하는 노인의 모습에 존경스런 마음이 든다.





“사람은 왜 죽는 걸까?”라고 어린 손녀가 물어보니, 죽어가는 도모아키는 “한 살부터 백 살까지 살면 하느님이 만드신 몸이 점점 낡아가는 거야. 책처럼 점점 낡아져서 죽는 거야.“라고 웃으며 담담히 대답한다. 삶의 마지막을 잘 살아내며 가족 곁에서 행복하게 죽어가는 도모아키의 모습은 나에게는 감동적이었다.





위의 대사들은 ‘아빠의 해피엔드 스토리: 엔딩노트(2011)’라는 다큐영화에서 나온 대화들이다. 일본의 스나다 마미라는 여성영화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인 스나다 도모아키가 평생 한 회사에 몸을 바쳐 일하면서 성공하고 돈을 버는 것이 가족을 위하는 것이라며 열심히 달려오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살 생각을 하던 중인 67세에 말기암 판정을 받으면서 어떻게 행복하게 죽을 것인지를 생각하며,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실천한 내용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죽음은 때로는 갑작스럽고 원통하고 허무하겠지만, 그래도 즐겁게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다. 죽으면서 그래도 우리는 잘 살았다, 서로 고마웠다, 아쉽지만 그래도 서로 행복했다며 고마워하며 이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는 죽음을 앞에 두고 가족을 부양하느라 바빠서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들을 리스트로 작성하여 죽기 전에 하나씩 해본다. 먼저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한 번 믿어보기로 한다. 죽음 이후의 두려움을 떨치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삶의 의미를 느끼면서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또한 가족과 즐거운 여행을 떠난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전복스테이크를 먹으며 즐거워한다. 손녀들과 함께 즐겁게 논다. 또한 그동안 벌려 놓았던 여러 관계와 일들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즐겁게 영원히 떠날 준비를 한다. 죽음을 고려한 아름답고 행복한 생활을 보면서 행복한 죽음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누구나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특히 은퇴 후에는 항시 죽음의 그림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일찍부터 죽음을 잘 고려하여 생활을 하면 세파에 흔들리는 것도 훨씬 적어지고 불필요한 욕심과 갈등과 번민도 줄어들 것이다. 웰빙이 웰다잉과 함께 했을 때, 훨씬 삶도 풍부해지고 긍적적이게 된다.




웰다잉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어 있고, 웰다잉에 대한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소개되고 있다. 사색의 계절 가을에,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죽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여 현재의 웰빙이 더 풍부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웰빙의 마지막 종착역이 웰다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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