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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의 웰빙을 담은 레스베라트롤 쌀



백소현 <순천대학교 교수>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 프랑스인의 모순)란 프랑스인이 미국, 영국 등 육식을 즐기는 다른 서구인보다 고지방식 육류섭취를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심장병 등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절반밖에 되지 않아 붙여진 말이다. 기존 상식에 어긋나는 프랑스인의 낮은 심혈관질환의 비밀이 1989년 밝혀졌는데, 그것은 바로 적포도주에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 이었다.




레스베라트롤은 혈관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혈전 생성을 억제하여 심혈관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제거시키고, 각종 암에 대한 예방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버드 의대 싱클레어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 ‘네이쳐’에 레스베라트롤은 “좋은 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키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감소시키며, 비만 개선 및 제2형 당뇨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Nature, 2003). 레스베라트롤은 자외선, 상처, 병해충 감염 등 외부 스트레스에 대하여 식물이 자체 방어물질로 합성하는 천연물질로 포도, 땅콩, 오디 등에 풍부하며 적포도주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 하지만, 레스베라트롤은 인류가 주식으로 이용하는 벼, 밀, 옥수수 등에서는 전혀 합성되지 않으며, 땅콩과 포도에서도 과육이 아닌 껍질에 존재하기 때문에 기능성 물질로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서구식 음식문화의 영향 등 식습관의 변화로 쌀 소비가 1984년 이후 30년 동안에 절반으로 감소하여 쌀 재고량의 증가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뇌졸중, 당뇨병 등 생활습관성 질환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 국가의료재정의 심각한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 중의 하나는 쌀에 신기능성을 부여하여 고부가가치 약리 기능성 쌀을 개발하는 것이다.





기존의 쌀의 가치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약리 기능성 쌀을 개발하여 생활습관성 예방 및 치료용 의약소재, 기능성 화장용품 등 미용소재, 반려동물의 기능성 식소재로 이용하여 쌀 소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연구팀은 레스베라트롤을 합성하는 유전자를 생명공학 기법으로 벼에 도입하여, 세계 최초로 레스베라트롤을 생합성하는 약리 기능성 벼를 개발하였다. 이 벼 종자의 레스베라트롤 함량은 포도주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레스베라트롤 쌀의 대사성질환 치료 효능을 구명하기 위하여 쥐를 이용하여 실험한 결과 레스베라트롤 쌀을 먹인 쥐는 일반 쌀을 섭취한 쥐에 비해 좋은 콜레스테롤은 약 14.8% 증가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약 59.6% 감소하여(2013, PLoS ONE), 연간 10조원대의 뇌졸중, 고지혈증 등 대사성질환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또한, 레스베라트롤 쌀을 먹인 쥐는 일반 쌀을 섭취한 쥐에 비해 체중은 20.0%, 복부지방은 31.3% 감소하고, 혈당은 13.9% 감소하여, 레스베라트롤 쌀의 항비만 및 항당뇨 효능을 확인하였다(2014, Scientific Reports). 전 세계 당뇨질환 환자는 3억 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한국은 약 350만 명으로 20대 이상 성인 10명중 1명 가까이가 당뇨질환을 앓고 있어, 35조원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진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실험동물인 기니피그를 이용하여 피부미백 효능을 조사한 결과 일반 쌀 처리구에 비해 레스베라트롤 쌀 처리구의 멜라닌은 3.3배 감소하고, 미백화장품의 주성분인 아부틴 대비 멜라닌이 1.7배 감소하여, 항미백 효능을 확인하였다(2014, Biomolecules & Therapeutics). 전 세계 기능성 화장품은 약 30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은 약 3천억 원의 미백 화장품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므로 기능성 쌀의 고부가가치 화장품 등 미용소재로의 이용도 기대된다.




따라서 쌀의 패러다임을 바꿀 약리 기능성 레스베라트롤 합성 벼는 항콜레스테롤, 항비만, 항당뇨 등 생활습관성 질환 치료용 의약품 소재 및 항미백, 주름 개선 등 기능성 화장품 소재로서 이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레스베라트롤 벼는 시민단체 등의 극심한 반대 속에 수년째 안전성 심사서 제출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레스베라트롤 합성 벼’는 기존 GM 작물과 다르게 농민 등 생산자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성질환 예방 및 치료제 등 의약품 소재 개발과 피부 주름개선 등 화장품 소재 등 고령화 사회에서 일반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약리 기능성 쌀이라는 점에서 그간의 GM 작물과 결을 달리한다.




우리와 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이웃나라 일본은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치료용 GM 쌀을 상용화하기 위하여, 임상실험을 이미 시작하였고(일본 국민 3명중 1명이 치료 대상), 중국 정부는 무려 52조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세계 3위의 글로벌 GM 기업인 신젠타를 인수하였다.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하여 이미 일본에서 특허를 등록하였고, 조만간 미국, EU, 중국 등에도 특허등록이 예정된 가치 있는 연구 성과물이 발목잡기와 눈치 보기로 사장될 위기에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절실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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