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완 <시인 / 전주예총사무국장>
바 람
양해완
나는
푸른 숲 사이를 지나치며
너울너울 춤추며
형체 없는 흔들거리는
소리 없는 바람을 보았습니다
부서질 듯
쓰러질 듯
곡예하는 낭랑한 여운 사이로
꺼지지 않을 희망의 찬란함에 머리 숙이고
난, 당신의 옷소매를 부여잡고
당신의 아름다운 눈을 보았습니다
두 눈을 감은 당신의 얼굴에 햇살이 눈부십니다
오늘
어제의 바람에 대하여 이야기하다가
문득 눈이 부신 당신의 얼굴에
초라한 내 눈빛이 햇살에 고여듦을 보았습니다
(시의 해설)
논리상으로는 '바람'을 눈으로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바람을 보았다는 표현은 '곡예하는 낭랑한 여운 사이로 당신을 보았습니다'라는 진술을 꾸미기 위해 내세운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눈과 당신의 얼굴은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떤 절대가치를 부여하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읽는 이에 따라서 자연이나 조국이 될 수도 있고 신앙상의 절대자가 될 수도 있다.
아무튼 그를 바라보기만 해도 초라한 내 눈빛이 햇살로 가득 차오르는 구원의 대상이 있다는 것은 내 중심으로 함부로 살지 않겠다는 절대자에 대한 절대 순종을 의미하게 된다.
절대가치가 무너진 빈자리에 스스로가 영웅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현대에 이처럼 자기 내부에 절대치를 지니고 산다는 것은 나름의 행복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