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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유



온영두 <전북동화중학교장, 전북교총회장>

 요즈음 가을 하늘은 새파랗게 드높으면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색을 띠어 ‘청명’ 그 자체입니다. 황금들녘에 오색단풍의 모습과 어우러져 가을이 깊이 여물어가고 있습니다. 방 안이든 산 속이든 상큼한 가을 냄새가 가득한 이 때 조금의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세속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단풍색이 완연한 숲길을 걷기도 하고 가을걷이에 한창 바쁜 농촌 들녘의 풍경을 바라만 보아도 여유 만만의 생활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가을이 아름답습니다. 신이 내린 축복 중에 하나가 가을 선물이 아닌가 합니다. 도로가에 한들거리는 상큼한 코스모스는 그 색깔마다 주는 아름다움이 신의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정과 같이 맑은 가을하늘, 잔디 위 노랗게 떨어진 은행잎을 보면 눈이 시릴 정도입니다.





문득 우리 삶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무엇이 그리 바쁜 지 사색과 명상이라는 계절의 운치는커녕 언제 계절이 지나갔는지도 모릅니다. 앞만 보고 사는 가파른 삶이 마음의 여유를 잃게 한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제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정치, 경쟁논리에 찌들어 사는 사회, 일등주의의 강박에 시달리는 교육 등등 각박해진 우리의 삶이 맑은 가을하늘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빨리빨리 문화’라 비아냥댑니다. 듣기 싫지만 맞는 말일 것입니다. 음식을 주문해서 늦으면 재촉합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1분여를 못 기다리고, 에스컬레이터 왼쪽의 추월선을 대부분이 이용합니다. 빨리 가면 좋지만 몇 초를 기다리지 못해 조바심을 낼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 결과일까요? 성과주의, 무한경쟁, 고도성장이란 단어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밀치고 나부터 출세해야 한다는 급박함과 조급함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러니 갈수록 봉사나 배려와 같은 무아봉공(無我奉公)의 마음은 멀어지고 자기중심의 이기심만 팽배해질 뿐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시대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 마음의 여유가 없는 각박함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다운 시프터(Down shifter)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즉 큰 욕심 내지 않고 적게 벌망정 여유롭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의 방법이라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는 삶에서 마음의 여유를 중시하는 의식일 것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부족한 듯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갖는 것이 행복임을 깨닫는 것이죠. 어느 정도 나이가 되어 지나온 삶을 생각해보니 다 긍정이 됩니다.





‘누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현실이 그렇게 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라며,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핀잔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현실만을 고집하여 각박하게 살다보면 한 번 사는 인생 언제 나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억지라도 부려서 나만의 행복을 찾으셔야지요. 그것은 자신의 몫이자 자신만이 찾아낼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내가 얼마만큼의 일상에서 하고자 하는 씨를 뿌리고 심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행복도 보람도 결국 내가 뿌린 결과의 성과라 할 때 내가 나를 가꾸고 내가 나를 사랑해야만 될 것입니다.





결국 행복이나 만족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서 시작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항상 이들이 곁에 있는데도 바쁜 삶을 살다보니 찾을 수도 맛 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바쁜 현실이지만 나를 돌아보면서 동중정 정중동(動中靜 靜中動), 즉 바쁜 일 속에서도 여유로움을 찾고, 여유로움 속에서도 바삐 움직이는 융통성 있는 생활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방향성 있는 생활을 추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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