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수필가>
‘옛날을 추억하는 즐거움’이 있다. 시대와 세대에 따라 차이를 보이곤 하지만, 누군가를, 그 시절, 그 무엇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그러하다고 막 달려가고 싶지는 않지만 아련한 ‘옛날’이 손짓한다. ‘옛날’, 누구에게는 그리움과 추억의 매개체이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후회와 증오의 ‘과거’일 수도 있다.
공부방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책을 읽던 중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 나와 흥얼거려본다.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 힘든 고음에다가 카랑카랑하면서도 정이 가는 아름다운 목소리다. 대학시절 강변가요제를 통해 가수로 데뷔한 전설(?) 이선희의 ‘아, 옛날이여(작사 송수욱 작곡 송주호) ’다.
이젠 내곁을 떠나간 아쉬운 그대기에
마음속의 그대를 못잊어 그려본다
달빛 물든 속삭임 별빛속에 그 밀어
안개처럼 밀려와 파도처럼 꺼져간다
아 옛날이여 지난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아니야 이제는 잊어야지 아름다운 사연들
구름속에 묻으리 모두 다 꿈이라고
아 옛날이여 지난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아 옛날이여 지난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아 아 아
아 옛날이여 지난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을
그날이여(‘아, 옛날이여-이선희 노래, 작사 송수욱 작곡 송주호)
대증가요의 주된 화두는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다. 열창하던 이선희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가사보다도 ‘가수 이선희’가 좋아 노래가 마냥 좋았다. 특히, ‘아 옛날이여 지난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은 지금 다시 들어도 먹먹해진다. 철없고 가난한 시골 촌놈이 대학을 다니며 느꼈던 혼란과 어려움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 한 가운데 이 노래가 있다.
정말 지금 돌이켜보면‘아니야 이제는 잊어야지 아름다운 사연들’이다. 그렇지만 그 ‘아름다운 사연들’ 중간 중간에 떠오르는 이름들은 잊을 수가 없다. 다방면으로 찾아보지만 찾을 수 없음에 마음 한 구석이 서글프다. 친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추억이 있지는 않았지만, 친구로, 선배로, 동문으로 만났던 그들이 그립다. ‘아, 옛날이여 지난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을 흥얼거려 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렇다고 ‘추억’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그 많은 시간,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추억’이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이 다시 ‘아, 옛날이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