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용 <전주비전대학교 교수>
적폐(積弊)는 국어사전에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고 나오며, 여기서 폐단은 '어떤 일이나 행동에서 나타나는 옳지 못한 경향이나 해로운 현상'이라고 나온다.
청산(靑算)은 '과거에 부정적인 요소들을 깨끗이 씻어버림'이라고 나온다. 즉 요약하면 적폐청산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옳지 못한 경향이나 해로운 현상을 깨끗이 씻어버린다'의 뜻이 된다.
유사한 의미로 프랑스말의 데가지즘(d`egagism)이 있는데, 이는 '구체제를 먼저 제거하고 새로운 체제는 나중에 구체적으로 모색, 수립하는 것'으로 낡은 체제나 옛 인물 청산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정치현실은 깨끗하게 청산해야만 더 밝은 미래와 한국의 발전된 정치판을 맞이할 수 있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의 기준이 다양하며 고급수준인데 반해서 한국의 정치판은 정당정파주의와 기득권 유지에 연연하며 변화하지 못하고 퇴보하고 있기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국가사회에 대한 3불(불신, 불확실, 불평불만)로 내재돼있으며, 이로 인한 여파로 경제상황은 중산층이 서민으로 서민층은 영세민으로 추락하는 가운데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자신의 영달과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소신과 철학도 없이 너나 할 것 없이 자기도취, 흥분과 소란, 포장충성, 정치모리배, 선거 꾼 등으로 몰락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정치의 관습과 관행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정당이란 조직체로서 정치인의 사명과 철학 현실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미래 비전이 있어야 하며, 정치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지식 권위를 불특정 다수인 나약한 국민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사용되어져야 한다. 진정한 정치인은 열린 가슴으로 소통의 애정을 갖고 여론정치에 귀를 기울이며 말을 앞세우지 말고 행동하는 양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돼 있으므로 하루속히 양극화 해소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의 그릇된 적패청산을 깔끔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그동안 법의 생활화에 잘못은 철저하게 확인 척결하고, 모순된 관행을 재개정하여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국가조직사회 재건'을 목표로 반드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적폐청산이 혁신이라는 입장에서는 우선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으면 검찰에서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어 조기대선까지 진행된 만큼 부정부패와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덮고 가기에는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고, 적폐청산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을 근거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관련된 개혁을 추진하는 것들은 도덕적인 정당성과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는 대의를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반면에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에서는 적폐의 대상으로 지목받은 정책들 가운데는 추진해야할 필요와 명분이 있었던 정책이었고, 합당한 검토과정을 거쳐서 이뤄졌으며, 다소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적폐라고 지목한다면 어느 누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주장이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이전 정권의 문제점을 여과 없이 공개적으로 파헤친다면 제도적,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보다 정치보복, 사적보복으로 보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급한 정책현안도 있지만 국민들은 적폐청산이 되는 대한민국을 분명히 원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언론에 언급되면서 적폐인사가 노출되고 있다. 과거로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위로부터 대통령선거 후보자 캠프 공로자와 인수위 관계자에 대한 보은인사, 공공기관, 공기업, 대기업, 대학 등 교육기관, 그외 사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기회의 균등과 공정성을 상실한 채로 비정상이 정상처럼 흘러가고 있다. 과거 권력에는 범죄가 되고 현재 권력은 괜찮다는 논리는 이장폐천(以掌蔽天)이며, 어떤 조직이든 인사권자와 친분, 동문, 동향이라는 사적 관계기반의 인사는 분명한 적폐이다.
현 정권에서 채용비리에 대하여 전쟁을 선포한 만큼 이번기회에 우리사회에 만연된 구시대 유물인 낙하산인사, 정실인사, 부정인사, 청탁인사, 밀실인사 등의 용어가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다수를 배신한 부정인사는 신뢰추락의 주범이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미래를 혼란시키고 또 다른 청탁과 권력에 의지하는 악순환으로 정의와 평등이 사라지고 결국 조직, 구성원,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 모든 인사권자가 자기 주관식 평가를 포기하고 객관적 결과를 시행하는 것이 정의롭고 평등한 미래의 대한민국을 열어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