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지 <전주시의회의장>
지난 10월 26일, 정부는 지방자체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 ‘자치분권 로드맵’을 공개했다. 지자체가 권한을 갖고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서,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내년부터 국가기능의 과감한 지방이양을 추진하는 ‘지방이양일괄법’의 단계별 제정을 추진하고 주민투표 확대, 주민소환 요건 완화 등 주민직접참여제도도 확대하겠다고 밝혀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있는 듯하다.
이번 ‘자치분권 로드맵’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세자주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지자체의 권한이 강화된다. 과세자주권은 지방의회가 세목을 만들면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되는데, 이의 과용을 막기 위해서 법률과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한도 안에서 가능하다. 또 자치입법권을 확대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자치법규를 만들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행 헌법은 ‘법률에 규정된 사항만 할 수 있다’고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나, 이를 완화하여 지자체별로 환경에 맞는 규정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개념을 확실히 하기 위해 현행 헌법상 ‘지방자치단체’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으니, 바로 지방분권의 핵심사항인 재정분권이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 2 수준으로, 우리가 내는 세금의 80%를 국가가 가져간 후, 지방정부는 다시 그 예산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하는 모순된 구조다. 중앙정부의 통일성 있는 예산 정책도 좋지만,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이나 예산배분은 또 다른 종류의 낭비인 셈이다. 최근 몇 해간 일어난 누리예산 문제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현실적인 예산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던가. 정부는 현재의 8대 2수준의 비율을 6대 4로 만들어 지방정부의 재정권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일정을 못 박지 않았다. 더욱 아쉬운 것은 당초 올해까지 만들기로 한 ‘지방 재정분권 종합계획’을 내년 2월로 미뤄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해왔다. 그 결과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낙후되고 피폐해졌다. 지역적 갈등과 경제 격차도 날로 커지고 있다. 지방분권국가의 선진사례로 손꼽히는 프랑스의 경우, 지방분권제도 시행 초기에 지방자치의 기반을 마련한 후, 헌법 개정 등의 법제적 정비를 통해 비로소 지방자치 체계가 잡혔다. 1960년 18%가 넘는 인구가 수도권에 살 정도로 파리 집중도가 높았으나 현재는 파리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0.4%에 불과하고 각 지방의 인구유입과 성장률이 급성장하고 있다.
바라건대, 재정분권을 명시한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법제적인 토양 위에 든든한 지방분권 국가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 주민을 대변하는 지방의회가 그 역할을 확대하여 주민이 주인 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면, 지역의 발전은 물론 시민이 행복을 체감할 수 있는 실리적인 국가 성장을 도모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