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 <전라북도의회 행정자치부위원장>
지난 9월 강원도 강릉에서 기와 목조 정자인 석란정에서 불을 끄던 퇴직 1년을 앞둔 경포 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임용된 지 8개월 된 이호현(27) 소방사가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 깔려 숨을 거두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였다.
이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1년 365일 불철주야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을 우리는 ‘슈퍼맨’이라고 부른다. 이런 모습에 국민들이 신뢰하는 직업 1위는 해마다 소방공무원이 차지한다. 이처럼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는 반면, 가장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니고 있는 직업이라는 오점도 가지고 있다.
소방공무원은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자신들의 생명과 안전은 보호받지 못하고 사선을 넘나들며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안타까운 이유들이 많다. 각종 사건·사고현장에서 먼저 떠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참혹한 현장에서 받은 충격과 상처를 견디지 못해 정신과를 찾고 자살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증명하듯 소방청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7개월 간 자살한 소방공무원의 수는 총 47명, 정신과 병원 진료 및 상담 건수는 총 1만 7,557건에 이르고, 심리질환 유병율은 일반인의 5~10배에 이를 정도로 암담한 근무환경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슈퍼맨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처럼 소방공무원이 외상후 스트레스(PTSD) 등으로 심리적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현실이지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다. 2014년 시행된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에 따르면 ‘소방본부에 소방보건의를 두어야 한다. 다만, 소방전문치료센터에 위탁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광역시·도 소방본부는 보건의의 채용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보건의를 대신하여 소방전문치료센터를 위탁·운영 중에 있다. 또한, 소방공무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심리안정프로그램 도입, 정신건강 진료비 지원 등이 마련되어 있으나 매우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낮아 슈퍼맨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상황이다.
이처럼 소방공무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법의 테두리에만 맞춰놓은 주먹구구식 의료서비스 정책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왜냐하면, 슈퍼맨들이 무너지면 국가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역시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서야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업무환경과 처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법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드시 42년 만에 독립한 소방청은 소방공무원들의 활동지원과 근무환경을 개선을 위한 최선의 노력으로 더 이상 소방공무원이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 아닌 ‘찬사와 경외’의 대상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화재 진압 후 시커멓게 그을린 진압복을 입고 현장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하는 슈퍼맨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