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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에도 당당한 나무처럼



공은숙 <예수대학교 간호학부 교수·간호학박사>



창밖에 바람이 한줄기 스칠 때마다, 빨강, 주황, 노랑 형형색색으로 장엄한 노년기 아름다움을 뽐내던 단풍들이 우수수 굵은 낙엽비처럼 흩날린다. 불꽃놀이라도 보듯 며칠 동안 즐겁게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앙상한 가지들이 선명하게 드러난 나무줄기만 남았다. 갑작스레 맨살만 드러난 자신의 몸이 추위에 떨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려들고, 추위를 막으려 옷을 여미어 본다. 엊그제 가을이 문턱에 들어서는가 했더니 벌써 겨울 문턱을 넘어섰다.





나무는 한 살이 더 들어가면서 굵어져가는 몸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추위를 넘어서는 용기를 지니고 있다. 문득 사람은 한 살을 더 먹으면 무엇을 드러내며 어떻게 더 당당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나무의 당당함은 자신의 몸에 기록하는 나이테가 늘어나면서 나타난다. 활동이 왕성하여 풍부하게 물을 잘 빨아올린 봄부터 초가을까지의 연한 색 줄의 기록과 겨울에 나무의 줄기가 얼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도록 녹말로 만드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의 진한 색 줄의 기록은 간격이 다르고 색도 달라 바로 눈에 보인다. 나이테 기록을 통해 나무의 영양상태나 발육상태를 알 수 있다.





인간은 어떤가? 어떻게 자신의 나이가 들어감을 기록하고 있을까? 인간은 어떻게 나이테를 기록해야 더 당당해질 수 있을까? 인간의 나이는 신체에도 기록되어 있지만 정신에도 기록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동안의 경험이 축적되어 정신이 더 성숙할 수도 있지만 더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또한 정신은 머리에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종이와 전자도구까지 사용해 신체 바깥에도 무제한 기록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은 어떤지, 몸 상태는 어떤지, 아침, 점심, 저녁은 무엇을 먹는지, 어떤 활동이나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지, 잠은 몇 시간을 자는지, 여가로 무엇을 하는지 등을 기록할 수 있다. 우리는 매일 건강일기라는 기록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태를 기록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며 당당해질 수 있을까? 날마다 자신의 정신과 몸에 대한 기록을 하는 것도 좋은 출발점이다. 우선 자신의 생활습관과 기분을 자세히 써보자. 이렇게 몸과 마음에 대해 자세히 건강일기를 써서 건강을 저하시키는 생활습관들을 하나씩 발견하여 서서히 바꾸어나간다면 몸과 마음을 훨씬 당당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 나가고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고 이야기하고 웃고 고민과 스트레스도 이야기를 통해 털어 내고 조그맣고 다양한 즐거움도 계속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인생이 훨씬 행복하게 마음에 기록될 것이다. 또한 매일 20분씩 햇볕을 쬐며, 30분 이상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잘 보온하고, 피로할 때 휴식하고 충분히 잠을 자고, 비타민 C가 풍부한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육체도 훨씬 건강한 나이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번 겨울부터라도 건강습관이 잘 형성될 때까지 매일 건강일기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정신과 육체에 훨씬 건강한 나이테를 만들어줄 것이다. 겨울에 모든 잎이 떨어지더라도 당당한 나무처럼, 우리도 추운 겨울철을 건강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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