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영두 <전북동화중학교장, 전북교총회장>
조선 인조(仁祖) 때의 학자 홍만종(洪萬宗)이 지은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를 보면 '맺은 자가 그것을 풀고, 일을 시작한 자가 마땅히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結者解之 其始者 當任其終)'는 말이 나옵니다. 자신이 일을 해놓고 일이 힘들거나 일을 끝마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그만두거나,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책임감 없는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요즈음 언론지상에 자신의 책임을 망각한 채 방탕하거나 사리사욕만을 추구하는 유명인들이 자주 소개되고 있습니다.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 등등부터 공무원, 회사원에 이르기까지 비리에 연루되어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자주 보고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참 허탈하기도 하지요. 신망했던 분들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행동에 분노를 억제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다 자신의 책임을 망각하고 욕심에 눈이 어두워 비리를 서슴지 않게 저지른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자리에 있으면서 책임을 완수하며 능력 이상의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책임감이 강한 분들이 비리에 연루된 사람보다 많기 때문에 복잡한 세상에서도 조화로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청룡봉사 상, 상록수 상, 무궁화 대상 등등 나보다도 많은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신 분들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마음이 흐뭇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보잘 것 없는 자리에서도 책임을 다했던 일화를 소개합니다.
기원 전 490년 아테네 마라톤 평원에서 그리스와 페르시아가 전쟁을 하였는데 밀티아데스 장군이 이끈 그리스 군이 승리를 하였습니다. 이 승리 소식을 아테네 시민에게 전하기 위해 장군의 명을 받고 한 병사가 쉬지 않고 달려가 “우리는 이겼노라”라고 외치며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를 본 시민들은 한 병사의 투철한 책임감을 기리고 그가 달려온 42.195킬로미터를 기념하기 위해 ‘마라톤’이라는 운동종목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 6·25 전쟁 후 전쟁고아로 구성된 한국의 합창단이 참전국인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할 때의 일입니다. 앙코르 합창이 끝나고 퇴장 중에 한 아이가 엉거주춤하기에 자세히 살펴보니 하의가 소변으로 흠뻑 젖었답니다. 지휘자는 그렇게 급하면 화장실에 다녀오지 그랬느냐고 말하자 어린이는 자기가 화장실에 가면 알토 파트가 엉망이 될 것이 아니냐고 말했답니다. 그러자 그 지휘자는 그 어린 단원을 덥석 끌어안고 울어버린 감격적인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이 알아주는 큰 일 만이 보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도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유명한 인물들이 아닌 그저 묵묵히 제 소리를 내면서 열심히 본분과 책임을 다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결국 자기의 역할을 다하면서 최선을 다해 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