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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믿음’은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발판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다. 사소한 갈등을 초래하는 것도 그 원인을 따져 보면, ‘믿음’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가, 행동 하나가 상대방과의 ‘믿음’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너무나 자신의 ‘믿음’을 지키려다 보면, 더욱 그러하다.






종교적인 ‘믿음’도 ‘절대자’에 대한 불안과 염려가 평강이 없는 ‘믿음’ 생활을 이어가게 할 수도 있다. ‘믿음’은 세상을 이기는 길임은 누구나 아는 세상의 진리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든 일에는 평강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세상과 동일한 염려와 불안으로 살아간다. 






‘믿음’에 대한 우리의 사고, ‘믿음’에 대한 잘못된 이해, 인간의 주관적인 종교성에 의해 왜곡된 ‘믿음’은 위험하다. ‘왜곡된 믿음’은 구원의 능력이 되지 않는다. ‘믿음’은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긍정적 사고를 갖게 한다. ‘믿음’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믿음’은 행함과 연결된다.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약 2:14)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 따라서 행함이 없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믿음’은 행함과 연결된다. 입으로만 치열하게 전하는 ‘믿음’은 ‘믿음’이 아닌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열심을 다해 추진한 일에 대하여, 상급의 차등을 말한다. 즉, ‘믿음’의 실천에 따라 주어지는 복이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이 상급의 차등에 따른 ‘믿음’의 실천은 자신의 행함과 실천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믿음’을 저울질 하고 다른 이와 비교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처럼, ‘믿음’의 본질을 행함에 두고 주의 이름으로 행한 자기 행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그것을 믿음의 증거물로 삼는다.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의 피 흘림’으로 이루어진 놀라운 은총의 세계를 보게 한다. 은총의 세계에서 자신을 바라본다면 하나님 앞에 내어 놓을 수 있는 행함이 없다.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다 이루신 예수님’의 행함만이 자신의 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믿음’이다. 자기의 행함과 실천을 보는 것은 예수님의 은총의 세계에 대해 소경이 되게 한다. 나의 ‘믿음’이 소경의 것인지?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다 이루신 예수님의 의’는 무엇인지? 그 본질을 찾아가야 한다. 나의 어설픈 ‘믿음’으로 고통 받는 그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이다.






‘믿음’은 분명 나약한 인간에게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긍정의 마인드가 지나치면, ‘나’ 아닌 ‘타인’을 힘들게 할 수 있다. 항상 그 ‘본질’을 찾는 ‘믿음’이 중요하다. 자신이 믿고 있는 사소한 ‘믿음’으로 가정을 이끌거나, 직장을, 사회를, 종교의 리더로 살아간다면, 많은 문제를 수반할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주관적이지 않고, 감정에 쏠려 본질에 충실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물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믿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본질에 충실한 믿음’이 되는 것이 현실이야 한다.
 




믿음
 
쭉정이 아닌 씨를 흙 속에 묻어 놓고
그 위에 무슨 표시 해 둘 필요 없어라
새봄에 비 내린 후면 푸른 싹이 솟아난다
 
우리가 하는 일이 모두가 그러하다
대답 대신 무위자연 내세우는 내 속셈은
다가올 사필귀정에 믿음을 두는 거다
 
그 누가 잘못한 일 뚜렷이 없다면서
나라 안이 소란하고 역사가 뒤로 간다
스스로 불안한 이들 많다는 증거로다

(시인 구중서, ‘믿음’, 1936-)




 
스스로 불안해하지 말자. 구중서 시인의 ‘믿음’이라는 시에 그 ‘본질’이 있다.




 
쭉정이 아닌 씨를 흙 속에 묻어 놓고

그 위에 무슨 표시 해 둘 필요 없어라

새봄에 비 내린 후면 푸른 싹이 솟아난다.





‘믿음’은 소중하다. ‘헛된 믿음’이 아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믿음’에 바탕을 둔 그런 것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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