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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의 아픔을 통감하며




안준식 <고창소방서장>



작년 12월 말 전국은 성탄절을 앞두고 분주하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거리에선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성탄절과 신년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들떠 있었다. 하지만 21일 오후, 충북 제천에선 거대한 화마가 스포츠센터 건축물을 덮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제천 화재는 여러 가지의 악재가 겹쳐 화를 키웠다. 먼저 건물의 구조인데 스포츠센터 건물은 화재에 굉장히 취약한 필로티 구조 건축물이다. 필로티 구조는 화재 발생 시 화재의 확산이 빨라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길은 수 분만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또한 외장재가 드라이비트 재질로 돼있어 화재의 빠른 확산을 도왔다. 설상가상으로 화재 시 초기진화의 절대적 역할을 하는 소방시설인 스프링클러 설비는 알람벨브를 차단해 놓아서 무용지물이었으며, 연기가 나가는 창문인 배연창은 수동 잠금장치로 고정돼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했다. 게다가 비상시 탈출을 해야 하는 2층 비상구는 목욕용품과 철제선반 등으로 막혀 있어 목욕탕을 이용했던 많은 이들이 피난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유가족들과 몇 국민들께서는 소방당국의 부실 대응에 대한 연이은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11일에 화재 합동조사단이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소방청에서는 대응과정에서 소방구조대의 잘못을 인정하고 충북소방본부장과 제천소방서장,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장 등 관련 지휘관들에 대해 직위해제했다. 제천소방의 이번 부실 대응 논란으로 소방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국민들께서 많은 실망을 하고 있다. 물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질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고 강화해 다시는 실수를 돌이켜서는 안 된다. 
 




이번 제천 화재에 최초 출동한 소방차와 인원은 초기진화와 인명구조에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최초 투입된 소방관은 13명뿐이며 이마저도 운전원, 구급대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 인원은 4명뿐이었다. 이 인원으로 LPG가스시설로 인한 연소 확대방지 활동만으로도 벅차 인명구조 대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제천 소방서 선착대의 인력배치를 보면 기준치의 절반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경찰공무원 1인당 담당하는 주민의 수는 500명인데 반해, 소방공무원은 1명당 1306명을 담당하고 있다. 경기도가 소방공무원 1명당 1989명을 담당해 가장 숫자가 부족했고, 강원도가 673명으로 가장 양호했다. 소방력 보강을 위해 지방에 예산을 내려 보내지만 그 돈을 다른 곳으로 써도 어찌할 도리가 없고, 특별 교부세가 내려오면 그만큼을 기존의 예산에서 떼어 유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로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공무원은 5만 493명이 필요한데 반해 실제 현장에 출동 가능한 소방공무원은 2만 9783명으로 기준보다 2만 710명이 부족해 결원율이 41%에 달한다.




 
이와 같은 인력부족 등 소방력 지원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1992년 시·도 책임으로 일원화됐던 소방 조직은 지난해 7월 드디어 15년 만에 독립 소방청으로 출범했고 2019년에는 지방직공무원에서 국가직공무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기존 지방 재정에 따라 차이를 보이던 소방력 지원은 앞으로 모든 지역이 균등하게 이루어 질 것이고 국민들은 평등하게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화재로 전국 4만여 명의 소방공무원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애통해하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소방관들의 사기 또한 한참 떨어져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보여주신 관심과 신뢰, 지지를 보내주셔야 한다. 소방조직도 이번 과오를 발판 삼아 국민 여러분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현장대응 능력 강화, 예방 대책 수립 등 더욱 혼신의 여력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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