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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눈빛탐미...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한국특별전


최지영 <한지미술작가·예원대 객원교수>



국민일보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2017.12.21.~4.15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을 관람했다.




1901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자코메티는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조각으로 표현한 20세기 최고의 예술가이자 조각가로 칭송받고 있는데 다른 조각가들의 작품은 흙을 붙여 나가면서 형태를 만들어 이미지를 달성하는데 비해 자코메티는 완성된 형태에서 시작하여 흙을 하나하나 걷어나가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흙덩이 하나하나 걷어 낼 때 마다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작가는 덜어내고 비워낸 형태에서 ‘본질’을 찾고자 했다. 훗날 작품을 완성시키는 남다른 방식은 세상과 사물에 대한 자코메티만의 독특한 관점을 보여 주었으며 이를 토대로 피카소의 기록을 깨며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하지 않았나 싶다.






작품 수는 총 116점 중 석고 원본이 15점이 되는 등 청동이 아닌 조금의 실수에도 부서질 수 있는 석고라 반출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보기만 해도 경이로울 정도였다.




 
이 전시의 특이한 점은 보통 시대별순으로 작품을 나열하듯 전시하지 않고, 자코메티의 동생 디에고, 아내 아네트, 친구 앨리 로타르, 애인 칼롤린등의 순서로 자코메티가 사랑하는 모델 순으로 작품의 방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코메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간의 눈빛에 매료 되었고,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에 있다.




작품들은 살점이 다 떼어져서 삐쩍 말라 있고, 흉상이나 두상을 많이 작업했는데 그 이유는 눈빛을 살리기 위함이었으며, 사람을 살아있게 하는 생명의 핵심은 바로 ‘시선’이라고 생각하여 모델의 시선에 집중했다.




 
자코메티에게 영감을 준 모델 순으로 방을 돌자면 마지막 전시실인 ‘침묵과 묵상, 기도의 방’에 다다른다. 그 곳 입구엔 암막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관람자수를 제한해 입장이 가능했다.




커튼을 젖히고 들어간 곳엔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걸어가는 사람’ 이 단상위에 우뚝 서서 걸어가고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시장에 깊게 울리는 명상음악과 함께 단상 주위에 방석이 있어 명상을 하며 작품을 감상 할 수 있게 구성했다.
 




188cm높이의 '걸어가는 사람'은 석고원본(1960)으로 대략 3800억 원의 가치와 안전상 문제로 이번 전시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 된다니 이 전시가 각광받고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걸어가는 사람의 석고는 오랜 세월 탓에 색이 바래 갈색 빛을 띠고 있었다. 자코메티만의 덩어리진 살집들이 뒤에서 비취는 작은 조명으로 고통 속에서 숨 쉬고 있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인 듯 가는 숨소리가 들리는 듯 했고, 두상은 작고 삐적 골은 몸에 발은 터무니없이 큼직하게 한걸음 내 딛는다.
 
 




“큰 공간에 나의 단 하나의 조각만이 있다. 하지만 그 조각은 그 큰 공간을 존재로 가득 채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자코메티가 말했듯 그 공간에 하나의 조각만이 덩그러니 있었지만, 죽은 형체가 아닌 살아서 움직이고, 그 마른 몸에서 모든 혈관이 뛰는 게 보이는 듯 하다. 살점 하나하나는 모든 기를 모아서 매만진 것처럼 살아 움직였고, 체온까지도 느껴질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요즘 대형전시라고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는 전시장에 가면 흥미위주에 치우쳐진 나머지 미디어 작품이 대부분이다. 한 예로 2017년도 전쟁기념관에서 했던 ‘미켈란젤로전’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래도 진품이 어느 정도 있겠거니 하고 갔지만, 진품이 아닌 모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천지창조를 비롯해 벽화 등을 미디어작품으로 만들어 작은 규모에 축소해 틀어 놨다. 관람자들의 간접 체험도 좋지만, 터무니없는 크기 변형과 모작의 수준이 미달되어 적잖이 실망해 돌아선 적이 있다.




 
하지만, 많은 관람자들은 화려한 미디어아트에 감화되어 진품에 대한 관심과 그 작품을 만든 작가의 고뇌와 심정은 헤아리지 못한 채 볼거리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지금도 이러한 미디어 전시가 줄을 잇고, 미술관을 재미없고, 지루하게만 생각하는 어린이들과 관람자들에게 각광 받고 있으니 이런 전시가 계속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번 자코메티 전시에는 볼거리에 치중하는 미디어아트는 없었지만, 누구나 공감하며 깊은 감명과 감동을 받고 간다.




우리가 화려한 볼거리만 기대어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작가가 무슨 의도로 이런 작품을 했는지? 시대적으로 역사적으로 어떤 영향으로 작품이 탄생되었는지를 같이 고뇌한다면 눈으로만이 아닌 눈을 감아도 보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갖고 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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