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미세먼지인지, 스모그인지, 황사인지, 아파트 너머 보이는 것들은 모두 흐리게 만들었다. 스모그나 황사라는 말은 그래도 익숙하다. 그러나 최근 자주 듣게 되는 미세먼지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것 같다. 아마도 심리적인 현상이겠지만, 그만큼 공기의 질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대표적 현상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미세먼지로 인해 사람들의 산책 모습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우리는 산책하면, 여유와 대화 속에서 평안을 찾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요즘 산책을 하다 보면, 사람들에게서 여유와 대화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부부나 친구끼리 산책을 하는 경우도 대다수가 조용히 빠르게 걷기에만 바쁘다. 그 대화단절의 주범은 바로 미세먼지를 방지하기 위한 마스크가 아닐까 한다.
일주일에 3-4일이 미세먼지나 황사주의보가 내리는 날이면, 산책로에 사람 구경하기가 정말 힘들다. 현대과학 문명은 가정에서 편안하게 운동기구를 통한 헬스가 일반화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헬스의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걷기의 기본을 산책에 둔다. 아내와 함께 아파트 주변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이나 커피 한 잔을 함께 한다.
아이들을 양육하고 정신없이 기계처럼 직장을 오가는 현실이지만, 이 가벼운 산책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자신의 삶이 항상 변화하고 무궁무진한 ‘재미’가 함께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산책하듯이 살아가야’ 할 것이다. 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좋은 그런 산책 말이다.
산책하듯이, 친구와 전화로 수다를 떨고, 부보님이나 지인들에게 안부도 전하고, 오랫동안 그리운 친구와도 그렇게 연락하고 얼굴 한 번 보는 여유로운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카톡으로, 밴드로, 페북으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도 산책하듯이 그렇게 만남을 가져보자. 덜 부담스럽고, 더 자연스러운, 갑질이나 무시가 아닌 진정 마음을 나누는 그런 산책하듯이 나누는 대화는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영양소로 충분하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다. 월요일이면 아무 것도 그 누가 무어라 하는 것도 아닌데 직장에 나가기가 싫다. 출근해서 어찌어찌 지내다보면 하루가 마무리 된다. 이런 감정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직장인 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힘들어 하는 대표적인 고충이 아닐까 한다.
걸인으로 알려진 영국 시인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1871~1940)의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를 함께 감상해 보자. 근심으로 가득찬 우리 인생을 잠시 멈출 수 있는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읽어보고, 또 읽어 보자. 산책하듯이 차분하게, 많은 시간을 가지고 나무보다 숲을 볼 줄 아는 여유를 함께 나누자.
여유(Leisure)
이것이 무슨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나뭇가지 아래서 양과 소처럼 순수한 눈길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볼 시간 없다면
숲을 지나며 수풀 속에 도토리 숨기는
작은 다람쥐들을 바라볼 시간 없다면
한낮에도 마치 밤하늘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가득 품은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다정한 눈길에 고개를 돌려
춤추는 그 고운 발을 바라볼 시간 없다면
눈가에서부터 시작된 그녀의 환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 없다면
이 얼마나 가여운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 없다면
(*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1871~1940) 걸인으로 알려진 영국 시인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