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곽진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꽃에게 보내는 엽신(葉信)'의 표제작 ‘엽신’은 ‘잎사귀에 쓸 정도의 짧은 편지’다.
특히, 시인은 80편의 시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시를 쓴 기간을 2년씩 묶어 4부로 나누어 함께하고자 했다. 1부 2007, 2008년, 2부 2009, 2010년, 3부 2011, 2012년, 4부 2013, 2014년에 쓴 시들이다.
남원에서 태어나고 활동하는 곽진구 시인은 1988년 '예술계'에 시, 1994년 '월간문학'에 동화가 당선되었으며, 전북 시인상(2001년) 및 전북문학상(2004년) 수상하였다.
시집 '사는 연습', '그대에게 가는 먼 길', '짝', '그 말이 아름답다', '사람의 집', '꽃에게 보내는 엽신葉信'이 있으며, 동화집으로는 '빨간 부리 뻐꾸기', '엄마의 손', '아빠의 비밀', 기타 '쉽게 배우는 한자 쉰다섯 마당' 등이 있다.
먼저 간 친구로부터 소식이 없다
그곳이 어디더냐?
춥더냐? 덥더냐? 살만하더냐? 좋아하는 술은 있더냐?
아직도 루머가 돌더냐?
여긴 여전히 달이 뜨고 달이 지고
사랑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런 여자가 살고
그런 여자에게서 헤어나지 못하고
푹 빠져 있고
나는 그 여자의 집을 열심히 고쳐주고, 밥 얻어먹고
먼저 간 친구가 그리워 ‘편지’라도 한 통 전해줬으면 하는 시인의 바람은 넋두리로 그려진다. /먼저 간 친구로부터 소식이 없다/는 1행을 시작으로, 9행에서 /나는 그 여자의 집을 열심히 고쳐주고, 밥 얻어먹고/로 마무리되어 시인의 솔직한 삶을 형상화 하고 있다. 그곳이 어디인지, 추운지, 더운지, 살만한지, 술은 있는지, 루머는 도는지, 온통 친구에 대한 궁금한 점이 많다.
친구라면, 이 중 하나라도 소식을 전해 주어야 하는 당위성을 간절한 소망으로 표현하여 독자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살아가는 ‘여긴’ 세상의 이치가 변함없이 반복되고, 그 중심에는 한 여자가 있다.
‘사랑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는 여자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푹 빠져, 집을 고쳐주고 밥 얻어먹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삶이 엽신(葉信)의 전부다. 엽신(葉信)은 연인이든, 친구든, 짐승이든, 바로 이 시에서처럼 꽃이든 누구에게 말하는 것을 엿듣고 공감할 수 있는 매체다.
이 시를 감상하는 독자는 시인이 ‘무엇’을 말하려는가, 또한 그것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를 주시하며 감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