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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革新)



류정수 <시민감사 옴부즈만·공학박사>



진부한 논의이지만 우리는 진보와 보수를 자주 헷갈려 한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할 때, 인간의 능력이 각각 다르므로 능력에 따라야 된다는 자유주의적 입장을 대변하면 보수라고 할 수 있고, 인간은 평등해야 된다는 평등주의적 입장을 대변하면 진보라고 말할 수 있다.




 
한 예를 들자면, 해운업의 파산에 대하여 국가의 이익과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공적자금을 투자해 업체를 살리자고 한다면 보수적 입장일 것이고, 그러한 공적 자금을 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실업수당과 직업 교육을 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고 한다면 진보적 입장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면 진보이고,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면 보수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민주당의 정책도 보수적 입장일 때가 있고, 한국당의 정책도 진보적일 때가 있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진보와 보수로 구분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맞다’고 생각한다. 업체를 살리는 것은 쉽고 빠르고 정확하지만 그 혜택이 고르게 분산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고, 근로자 위주의 정책은 기업을 잃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정답이 없기 때문에 ‘둘 다 맞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보수의 입장은 국내외적 압박을 통해서 핵을 포기하게 만들고 그들을 대화의 장으로 끄집어내자는 것이고, 진보의 입장은 그들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계속하여 소통함으로 동질성을 회복하면서 핵을 포기하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핵을 포기하게 하자는 것이므로 누가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고 ‘누가 더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는 방법론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는 서로 삿대질을 할 일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야 한다.




 
보수가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만큼 진보도 국가의 앞날을 걱정한다. 그러므로 보수도 진보도 모두 애국자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만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인양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수구 집단은 여·야에 모두 있는데 이들의 대표적 특징은 바뀌고 변해야 된다고 말은 무성하게 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사회와 기회가 균등한 사회를 부르짖으면서도 자기 것은 내놓지 않고 대대로 부와 권력을 누리지만 다른 사람은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여러 위정자들이 입으로는 개혁 말하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이 연루되기라도 하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하려 한다.
 
 


명사(名士)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서울의 어느 대학의 교수가 “세상의 변화는 경계에서, 변방에서 나온다고 말을 하면서, 정작 자신은 기득권의 한가운데에 갇혀 있으면 되겠느냐”고 언급한 후 7년이나 남은 대학교수 자리를 내놓았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신선함을 넘어 실로 충격으로 다가온다. 교수가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인데 말빚을 갚고 싶었고, 평소 도전적인 시도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을 해왔는데 자신은 편히 대학교수직을 누리고 있으면 되겠느냐는 것이 사직의 변이었다.




 
보수도 혁신되어야 하고, 진보도 혁신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상대편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부족했거나 빠트린 것이 없는가를 늘 성찰하여야 한다. 평범한 시민은 진보이든 보수이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누가 더 수구적이고 누가 더 혁신적인가를 지켜보고, 단지 더 혁신하는 자를 선택 할 뿐이다. 진정한 혁신은 솔선수범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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