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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 했다. 그렇지만 올 해는 유난하다. 평창올림픽 일부 종목도 한파와 강한 바람으로 경기가 순연되는 상황이다. 아직은 찬 기운이 지배적이다. ‘한파특보’에, 최강 ‘한파’에, 강을 물론 바다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파와 온화한 영상의 날씨가 번갈아가며, 친구삼아 오르락내리락 한다.




그러나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시간이 흐르면 물러가게 되어 있다. 베란다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화분들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새싹들은 ‘봄’이 멀리 있지 않음을 말해 준다. ‘새로움’으로, ‘봄’이라는 ‘새로움’이 우리네 곁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있는 ‘봄’은 우리들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 시인 이성부)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이 있다.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자연스러움이 최선이다.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자연스럽게 자연에 순응하며 착하게 살다 보면,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은 반드시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도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욕심도, 흥분도, 집착도 다 부질없는 짓이다. 여유를 가지고 이 한파를, 우리들에게 다가온 어려움들을, 연인의 힘으로, 친구의 다정함으로, 가족의 사랑으로 이겨내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어 보자.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사람이 되자. 그래야 우리가 ‘행복’하지 않겠는가? 쓸데없는 욕심으로 그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면, 그 ‘기다림’은 아마도 만날 수 없는 모험이다.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믿음’을 가지자. ‘배려’하는 마음을 서로의 심장에 저축하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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