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장>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지구 면적의 70% 정도가 물로 덮여 있을 만큼 우리 주변에 흔한 것이 물이다 보니 헤픈 씀씀이를 빗대어 나온 말인 듯하다. 그러나 물만큼 소중한 자원도 없다. 생물체가 존재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물이다.
특히, 우리 인간에게는 더욱 그렇다. 사람 체중의 70~90%가 물로 이루어져 있고, 음식 소화, 양분 흡수 및 운반, 노폐물 배설, 호흡과 체온조절 등 신진대사 과정에 물은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사람은 매일 2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만약 우리 몸속에 물이 1~3%가 부족하면 심한 갈증이 나고, 5%가 부족하면 혼수상태, 12%가 부족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연 강수량이 1,277mm로 세계 평균인 807mm보다 많다. 비가 적게 오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1인당 강수 총량은 연간 2,629톤으로 세계 평균의 약 1/6에 불과하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 : 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활용 가능한 물의 양은 연간 1,452톤(2007년 기준)으로 물부족 국가(1인당 1,700톤 미만)에 해당한다. 즉 수자원을 개발하지 않고, 자연 하천수에 의존할 경우 광범위한 지역에서 만성적인 물 공급문제가 발생하는 국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어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별 1일 1인당 물 사용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333리터로 미국의 455리터 보다는 적지만 이탈리아·일본·스위스·스페인 등 보다는 많다. 물 소비량 측면에서 좋게 말하면 세계 최고 수준, 나쁘게 말하면 최고 낭비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물을 10%만 절약한다면 댐 몇 개를 새로 막는 것 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이제는 다함께 물 절약에 앞장서야 할 때다. 물을 절약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용하는 물 자체를 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자원을 절약하는 것도 물 절약에 매우 중요하다.
물 발자국(water of footprint)이라는 말이 있다. 원료 생산, 제조, 유통, 사용과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의미한다. 밀가루 빵 한 조각에 약 40리터, 커피 1잔 140리터, 사과 1개 70리터, 우유 200㎖ 1팩 200리터, 계란 1개 200리터, 돼지고기 100g당 480리터, 소고기 100g당 1,550리터, 쌀 100g당 340리터, 햄버거 1개당 2,400리터, A4크기 종이 한 장당 10리터...깜짝 놀랄 만한 수치이다.
우리가 먹고 쓰고 때로는 쉽게 버려지는 자원을 생산하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물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연간 용수 이용량은 239억 톤이며, 이 중 생활용수 77억 톤·공업용수 26억 톤·농업용수 136억 톤으로 농업용수의 비중이 57%에 이른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농업생산 활동에서 필요로 하는 물을 절약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에서도 농업용 수자원을 아끼고 보전하기 위해 1999년부터 하천수 31곳, 지하수 20곳을 지정하여 매년 수질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새만금 유역 농경지에서 유래되는 수질오염 부하량 감축을 위한 최적 영농관리 기준 개발 등의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3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일상 속에서 너무 흔하게 접했던, 그래서 소중한지 몰랐던 물이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다. 세탁할 때, 설거지 할 때, 양치질 할 때, 문서 인쇄할 때 등등 생활 속에서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물 절약을 실천해 보자. 쌀 한 톨, 종이 한 장 아끼는 것도 물 절약이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끼고 소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