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한국수의외과학회 회장>
매일 넘쳐나는 뉴스는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일들이 매 시간 업로드되고 있다. 시류에 상관없이 꽃망울들은 캠퍼스의 곳곳을 수놓기 시작한다. 겨울을 견디어 낸 나무에는 초록의 잎이 돋기 시작하고 새내기를 위한 동아리 모집 등으로 붐비는 대학은 봄기운이 가득하다. 냉이와 함께 온 봄, 무엇을 먹어야 입맛이 날까? 건강과 관련하여 사람이나 동물 모두 건강한 먹거리와 안전한 음식은 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오늘도 동물병원의 보호자 대기실은 여전히 정신없이 바쁘다. 완주군 비봉에 사는 한우를 키우는 아저씨는 어제 낳은 수송아지가 항문이 없이 태어난 까닭에 병원에 오셨는데 “집에 있는 큰 소가 사료도 먹지 않고 되새김질도 하지 않는다”고 걱정하며 그 이유를 묻는다. 멋진 선글라스를 낀 광주에서 오신 사모님은 아기 포대기에 안긴 어린 강아지 ‘삐삐’를 바라보는 눈빛에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집에서는 무엇을 주어도 입맛이 없어 한다는 그 아이는 여전히 눈을 내려 깔고 있다가 “아가, 이거 좀 먹어볼래?” 하면서 커피 브랜드로 잘 알려진 네슬러사의 유기농 고급사료 몇 알을 주었더니 그때서야 눈길을 주면서 맛있게 먹었다. 그것은 유기농을 재료로 한 고품질의 아기용 음식으로 내가 보기에도 맛있어 보인다.
원천적으로 사료와 식품은 다르다. 사전적 의미의 사료(feed)는 가축에게 주는 먹이라고 되어 있으며,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가축이 생명을 유지하고 젖·고기·알·털·가죽 등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유기 혹은 무기 영양소를 공급하는 물질이라고 되어 있다. 반면에 식품(Food)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식물로 인간이 먹기 위하여 요리하거나 또는 그대로 먹을 수 있는 모든 재료의 총칭이라고 되어 있다.
요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사람이 먹는 식품이나 반려동물에게 주는 사료를 거의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음식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산업은 펫코노미(pet + economy)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반려동물산업이다. 그 중 사료 관련 시장은 가장 규모가 크고 비중 있는 분야이다. 가족처럼 늘 함께 생활하며 유대관계를 가지는 근래의 상황에서는 그 생산 과정이나 품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사료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품질이 우수한 반려동물 사료 개발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사람에게 붙였던 ‘반려’라는 말이 동물에게 사용되어 ‘반려동물’이 되었듯이 ‘펫푸드(pet food)’라는 용어는 ‘반려동물에게 주는 식품’으로 자리 잡고, 사람이 먹는 식품 수준으로 개발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 등 동물복지가 실현되는 나라에서는 식품과 같은 개념으로 ‘펫푸드’가 통용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아직도 소나 돼지가 먹는 배합사료 수준의 관리가 전부인 실정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반려동물 보유 가구 및 시장 규모는, 반려동물산업이 충분히 새로운 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갖춘 신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산업은 2000년 이후 매년 15∼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지속적인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사회 및 경제수준의 향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반려동물산업의 시장 규모 또한 매년 증가할 것으로 여겨진다. 반려동물산업은 2020년에는 약 6조 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며 특히 향후 5년간 연간 2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반려동물산업 규모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이 사료산업 시장이라는 점은 향후 반려동물산업의 향방을 가늠할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지금까지 단순한 사료로만 취급되어왔던 반려동물 사료는 기능성 사료 및 맞춤형 고품격 사료 개발로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우리의 제도적 개선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시장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나 통계자료는 정확성과 객관적 비교성이 확보되어야 신뢰할 수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는 통계청에서 제정·고시된 분류인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반려동물사료와 가축사료가 따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미국의 반려견, 반려묘 식품코드(dog and cat food code)나 영국과 같이 반려동물식품(pet food code) 코드가 산업동물 사료코드와 따로 분류되어 관리된다면 반려동물 사료산업의 신속한 시장성 파악과 산업규모의 확인이 가능하여 시장에 대한 예측과 진입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품질 좋은 배합사료의 생산과 보급이 산업동물을 살찌우고 축산을 발전시키는 것처럼 반려동물을 위한 기능성 및 맞춤형 고품질 사료의 개발 및 관리는 반려동물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비봉 목장의 큰 소가 먹는 배합 사료와 포대기에 쌓여 광주에서 온 어린 ‘삐삐’가 먹는 음식은 분명히 다르게 개발되고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