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태 <사회복지학 박사·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
누군가 큰 병원으로 급하게 가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조치부터 취할까? 대부분이 아는 사람부터 찾을 것이다. 사돈의 팔촌이라도 수소문 한다. 하다못해 그 병원의 경비라도 알고 있으면 그것조차도 도움이 되는 세상이다.
그렇게 누군가 끼어들기를 한다는 것은 그러한 빽 조차도 없는 누군가의 순서를 뒤로 미루는 일이 될 것이다. 결국은 접수한 순서나 환자증세의 위중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빽을 동원해서 들이대느냐에 따라 입원 순서가 결정되고 수술 순서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6년 9월 이후 시행돼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그러한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이 엄연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병원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빽을 동원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 어제 사업을 하는 친구와 술 한 잔을 했는데 친구는 최근에 이러한 부조리 때문에 손해를 크게 본 모양이다. 친구는 입에 거품을 물고 말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세상까지 바뀐 것은 아닌 것 같아. 착한 사람들만 법을 잘 지키고 살지 빽 좋은 사람은 지금도 온갖 편법과 수단을 동원해서 다 해쳐 먹고 살아. 그러니 그런 놈들이 결국은 돈을 벌고 떵떵거리며 사는 거야. 우리같이 착실하게 법을 지키며 사는 놈들은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어.”
친구의 말에 강하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이건 집단이건 가리지 않고 원칙이나 정의를 무시하고 편법과 적당주의가 곳곳에 팽배해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뭐든지 대충대충 하려 하고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빽을 동원해서 문제를 풀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방법이 자랑거리가 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이만큼 힘이 있다는 과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도 그러한 것을 문제시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러한 것을 못하는 나만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드러난 강원랜드 취업비리 사건과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보니 더욱 그러하다.
안 되는 것을 빽을 동원해 되게 하는 사람들,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침을 뱉는 사람들, 쓰레기를 아무데나 내 던지고 차선과 신호등까지도 무시하는 사람들, 법과 원칙에 정해진 것을 함부로 어기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반성을 하기 보다는 빽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
이러한 관행들이 모여 마침내는 건물에 불이 나고 사람이 죽고 다리가 무너지고 나아가 온갖 비리를 낳게 하여 우리사회를 휘청거리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모든 분야에서 원칙이 강조되고 빽과 편법과 적당주의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